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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벤처]<下>벤처역사는 계속돼야
입력2002-02-01 00:00:00
수정
2002.02.01 00:00:00
시장친화적 정책으로 전환 중장기 성장환경 조성부터지난 99년 11월 설립된 P사는 IBMㆍ모토롤러 등만 갖고 있는 2.5기가급 네트워크 프로세스 칩을 개발하고 있는 회사다.
지난해 초 50억원에 이어 지난해 말 41억원을 추가로 펀딩받는 등 약 100억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했지만 설립된 지 만 2년째를 넘기고 있는 지금 이 회사의 매출은 '제로'다.
이 회사 R 사장은 "벤처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았다면 우리 같은 회사는 존재할 수가 없었다"고 단언한다.
2년째 매출이 없지만 투자자들의 펀딩이 계속되고 해외 유수 연구소,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에서 나온 우수 인력들이 밤낮없이 연구개발에 몰두할 수 있었던 것은 벤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벤처 관련 각종 비리가 만연하고 국내에서 벤처의 원조격인 메디슨이 무너졌지만 P사와 같은 벤처들을 주위에서 찾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세계 두번째로 미들웨어인 TP모니터를 개발한 T사.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뱅킹 솔루션을 개발,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수출하고 있는 I사, 세계 두번째로 인쇄회로기판(PCB)에 ICㆍ다이오드 등을 초고속으로 자동 삽입하는 제품을 개발, 공급하고 있는 P사.
처음부터 자기자본과 은행 융자에 의존했다면 세계 최고의 기술에 출사표를 과감히 던지고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을까. 이들 회사의 대답은 한마디로 '노(NO)'다.
실제로 벤처는 정부의 인위적 벤처육성책에 힘입어 양적으로 급팽창했지만 지난해 9월 말 기준 전체 벤처의 60.5%가 기계ㆍ금속ㆍ전자 등 제조업, 33%가 정보처리 및 소프트웨어 부문이 차지하고 있어 우려에 비해 그 내용이 건전하다.
또 이들 벤처의 기술개발 속도는 일반기업보다 빨라 1개 벤처당 특허보유 건수는 99년 0.9건에서 2001년 3.2건으로 높아졌으며 해외 지적재산권도 99년 0.3건에서 지난해 5.6건으로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
석ㆍ박사 이상의 창업자 비율도 99년(706명) 22%에서 2001년 34%(2,581명)로 크게 늘어나는 등 대학ㆍ연구소 등을 중심으로 창업 분위기가 조성된 것도 벤처의 힘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벤처지정제의 존폐문제를 떠나 벤처 활성화 분위기는 계속 조성돼야 하고 '스타 벤처'는 지속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이다.
P사 R 사장은 "정치적 개입이나 문제를 배제하고 벤처들이 돈놀이(?)에만 치중하지 않는다면 우리 벤처도 얼마든지 자생력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우주개발과 같은 국가적인 프로젝트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기술혁명이 벤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이 미국 등 선진국의 대세이며 특히 위험성이 큰 첨단기술 개발은 대기업들도 벤처 투자나 인수ㆍ합병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벤처에는 일반기업에 비해 기민함과 집중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R 사장은 강조했다.
권오용 KTB 상무도 "지난 20년간 단 2개사만이 시가총액 4억달러가 넘는 회사에 새로 편입됐다. 휴맥스와 엔씨소프트다.
벤처의 역동성과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며 "대기업이 우리 경제를 30년간 이끌어왔다면 앞으로 10년간은 벤처가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제는 의도적 벤처육성책보다는 '시장 친화적인 정책'으로 전환돼야 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우광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벤처는 우리 경제를 지식집약산업으로 전환하는 데 있어 없어서는 안될 부문인 만큼 성급한 기대보다는 시장 메커니즘에 충실한 중장기적 정책과 환경의 조성이 필요할 때"라고 말했다.
조충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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