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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아닌 ‘사스’ 특수

오는 13일 결혼을 앞두고 있는 회사원 이철균(31)씨는 최근 고민 끝에 신혼여행지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제주도로 바꿨다. 괴질로 알려진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세계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자 달콤한 신혼여행을 불안에 떨며 보내고 싶지 않아 어렵게 예약했던 발리행을 취소하고 제주도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제주도 관광업계는 지난달 중순 사스 소식이 전해진 이후 신혼부부를 비롯한 골프관광객 등 국내 여행객들이 몰리자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또 마스크 제조업체와 일부 제약업체도 사스 덕분(?)에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제약업종이 초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주도 관광업계 `희색`=4일 제주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달까지 제주도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102만7,58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6만9,095명보다 6% 가량 늘어났다. 정윤종 협회 홍보팀장은 “국내 소비심리가 얼어붙어 여행 심리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데도 불구하고 지난달 18일 이후 사스 소식 이후 특급호텔에 예약 문의가 폭주했다”며 “실제로 신혼여행과 수학여행, 골프관광을 목적으로 한 여행객도 눈에 띠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신혼부부의 제주도행은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다. 제주신라호텔 관계자는 “평소 신혼부부는 전체 객실(429실) 가운데 120~190실을 차지했지만 최근 2~3배 수준인 340실로 늘어났다”며 “이달 말까지 예약이 밀려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동남아 골프여행을 계획했던 골프관광객도 행선지를 제주도로 바꾸면서 다음달까지 주말 예약은 `하늘의 별따기`이다. ◇국내 여행상품 3~4배로 급증=제주도 선호 현상은 여행사 매출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해외상품 비중이 급감한 반면 제주도를 중심으로 한 국내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여행사 투어익스프레스는 제주도 여행상품 매출 규모가 이라크전 발발 이후 평소보다 2배 가량 늘어났으며 사스 소식 이후 다시 2배로 늘어 예년의 4배 수준에 달한다고 밝혔다. 또 국내 여행상품 매출도 지난해 같은 기간의 3~4배로 늘어났으며 이 가운데 제주도 상품의 거래비중은 70%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해외상품 예약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50% 가량, 해외 항공권은 20~30% 가량 각각 줄었다. ◇마스크ㆍ세정제 업체도 `특수`=산업용 마스크 생산업체와 세정제 업체도 사스로 톡톡한 재미를 보고 있다. 한국쓰리엠은 미세한 먼지나 박테리아까지 걸러내는 산업용 마스크를 최근 2주 동안 무려 10만개를 판매했다. 유한킴벌리는 먼지 차단효과가 뛰어난 특수 마스크를 지난 한달 동안 1억1,000만원 가량 팔았다. 또 지난해 10월 국내 최초로 손세정제를 출시한 ㈜파루도 관련제품 매출이 지난해 연말보다 70~80% 늘었으며 온라인을 통한 판매는 3배 가량 증가했다. 샤프 등 공기청정기 업체들도 최근 황사까지 겹치자 수혜업체로 떠오르고 있다. 이밖에 주식시장에서는 제약업체들이 일제히 강세를 나타내며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18일부터 지난 3일까지 제약업종지수는 19.3% 가량 올라 같은 기간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5.8%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지난 3일에는 무려 21개 종목이 상한가를 기록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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