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임금의 범위를 새롭게 정하는 것은 통상임금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최저임금과도 관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0일 기자간담회에서 노동계의 핫이슈로 부상한 통상임금 개편 문제를 설명하면서 느닷없이 최저임금 얘기를 꺼냈다. 통상임금 기준 개편과 최저임금법 개정은 한 묶음이라는 것이다.
도대체 통상임금과 최저임금이 어떻게 연결된다는 것일까. 고용부의 한 관계자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에 상여금 등을 포함시키게 되면 법적 일관성 유지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정할 때도 상여금을 포함시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상여금을 포함시켜서 최저임금을 산정할 경우 한계선상에 있는 근로자들이 받게 되는 임금이 현재보다 더 줄어드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데 있다. 현재는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의 경우 상여금은 최저임금과는 별개로 받고 있는데 만일 상여금을 합쳐서 최저임금을 산정하게 되면 사용자들은 현재보다 더 적게 줘도 법적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월 기본급 105만원에 분기별로 상여금을 따로 받는 근로자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올해 101만원선인 최저임금이 내년에 5~6% 인상돼 106만원이 돼도 사업주는 이 근로자의 기본급을 올려주지 않아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게 된다. 기본급 105만원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면 인상된 최저임금을 이미 넘어서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갈등의 불똥이 최저임금에까지 튈 조짐을 보이자 노동계는 강한 반발을 보이고 있다. 노동계는 최저임금은 통상임금과는 별개라는 주장이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초과 근로 수당을 산정하는 기초가 되는 통상임금과 근로자의 생활 보장을 위한 최저임금은 전혀 다른 사안"이라며 "저임금 근로자를 위한 정책적 배려 차원에서 최저임금 산입기준에 상여금을 포함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킬 경우 최저임금 산입기준도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8년 고용부 통계를 바탕으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뿐 아니라 저임금 근로자가 많은 소규모 사업장도 정기 상여금 비중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상용근로자 1~9인, 10~29인, 30~99인 사업장의 임금 총액 대비 정기 상여금 비중은 각각 6.9%, 9.1%, 10.2%에 달한다.
경총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관행을 고려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지는 것이 우선"이라면서도 "통상임금 산정기준이 바뀌면 최저임금 산입기준도 함께 바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통상임금과 별개로 최저임금법이 현행대로 유지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는다. 박준성 성신여대 교수팀이 지난 2011년 발표한 '최저임금 국제비교의 문제점' 보고서에 따르면 통상임금을 1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최저임금은 0.418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여섯 번째다.
하지만 통상임금에는 상여금을 포함시키고 최저임금 기준은 그대로 둘 경우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통상임금 대비 최저임금 수준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에 상여금을 포함시킬 때와 달리 당장 임금 감소효과가 나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통상임금 대비 비중을 구실 삼아 임금 인상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고용부 고위 관계자는 "통상임금이 임금 체계 전반의 문제와 연관돼 있다 보니 최저임금을 둘러싸고 논의가 어떤 식으로 이어지든 노사 갈등의 새로운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기 상여금 포함 여부를 놓고 노사갈등의 뇌관으로 자리잡은 통상임금 문제의 불씨가 자칫 잘못하면 최저임금 논의에까지 옮겨 붙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최저임금은 매년 4~6월 노사 대표와 공익 위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에서 근로자 생계비, 노동생산성,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해 결정되며 통상임금은 직접적인 고려 대상이 아니다. 최근 5년 간 평균 최저임금 상승률은 5.2%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