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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수출지원, 이대론 안된다] <1> 해도 너무한 서비스 거부

해외진출 돕는다며 정부·기업 돈 받아놓고… 코트라 곳곳서 나몰라라<br>조사조차 않고 "시장성 없다" 해외무역관 단박에 협조 거절<br>월드챔프 참여 중견기업, 경영계획 수정 등 낭패 속출

오영호(앞줄 왼쪽에서 네번째) 코트라(KOTRA) 사장과 중견기업 관계자들이 지난해 7월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2012 월드챔프(World Champ) 사업' 협약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코트라


#1 코트라(KOTRA) 월드챔프 등록 기업 A사는 지난해 태국 방콕에 세미나를 열기 위해 현지 무역관에 신청을 했다가 단번에 거절당했다. 무역관 업무가 당시 너무 바쁘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월드챔프사업은 중견기업 수출지원 목적으로 정부와 기업이 각각 5,000만원씩 투자하는 사업인 만큼 당연히 협조가 될 줄 알았는데 무시당한 셈이다. 결국 A사는 기존에 계획했던 태국 현지 세미나를 취소하고 필리핀에서 다른 행사를 치르는 데 만족해야 했다. A사 관계자는 "회사 돈까지 들여 마케팅을 하는 사업인데 이렇게 거절할 줄은 몰랐다"며 "필리핀의 경우도 마닐라 무역관에서 상당히 까칠한 태도를 보여 눈치를 보며 간신히 행사를 추진해야 했다"고 전했다.

#2 또다른 월드챔프 등록업체 B사는 지난해 일본 진출을 위해 오사카 무역관에 전시회와 현지 시장조사 업무를 부탁했다가 역시 퇴짜를 맞았다. 다른 업무로 바쁜 데다 시장성도 없다는 이유였다. B사 관계자는 "코트라 무역관이 도대체 얼마나 전문성이 있길래 조사도 없이 시장성 부족을 운운하는지 답답했다"며 "연초에 세웠던 경영계획까지 모두 바꿔야 했을 정도"라고 밝혔다.

중앙정부의 중견ㆍ중소기업 수출지원 공공서비스를 독점하는 코트라가 월드챔프와 같은 정부지원사업을 거부하는 등 무능과 도덕적 해이를 드러내 기업들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이에 따라 중소업계에서는 중소기업 강국을 위해 현재의 코트라 독점체제를 혁파하고, 중견ㆍ중소기업 수출지원 경쟁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새 틀을 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중견ㆍ중소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트라가 진행하고 있는 월드챔프사업에 참여했다가 현지 무역관의 업무협조 거부로 해외진출 실패와 경영계획 전면 수정 등 낭패를 본 회사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드챔프사업이란 주로 중견기업을 대상으로 코트라 중소기업지원본부에서 진행하는 대표적인 수출지원사업이다. 중소ㆍ중견기업에 코트라의 네트워크와 전문가의 노하우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지원해주기로 한 50개 가량의 무역관 가운데 상당수가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큰 실망을 내비치는 상황이다. 본지 확인 결과 월드챔프사업에 가입한 중견기업 가운데는 요청 지역에서 거절당하는 바람에 생각지도 않았던 지역과 수출연계가 되거나 심지어 아예 경영계획 자체를 뜯어고치는 경우가 상당수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가입시 무역관이 업체당 3개씩 배치되는데 비협조적인 곳이 대부분이라 1년 안에 대부분이 바뀌는 것으로 드러났다. 무역관들이 정치인ㆍ공무원 의전 업무 등 수출지원과 무관한 곳에 시간을 많이 뺏기는 데다 정부지원사업인 월드챔프를 코트라 자체 사업인 지사화 사업(코트라 무역관의 수출기업 해외지사 역할 대행)과 동일시하는 무지에서 문제가 비롯된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C업체 관계자는 "지사화 사업이야 코트라가 직접 돈을 받는 것이니 업무부담이나 기존 업체와의 경쟁관계를 고려해 거절할 수 있다지만 월드챔프는 정부 사업이고 코트라도 운영비를 받기 때문에 당연히 추진해야 하는 것으로 아는데 어떻게 그렇게 쉽게 거절하는지 이해가 안간다"며 "월드챔프사업 실태에 대해 코트라 경영진이 인식이나 제대로 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쉬었다.

더욱이 부실한 시스템 속에서 사업 규모만 날로 커지는 데 대해 월드챔프사업이 전형적인 '전시행정'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늘고 있다. D업체 관계자는 "월드챔프사업이 계속 커지면서 앞으로 월드클래스300기업을 모두 담는 쪽으로 갈텐데 현재 몇십개 기업조차 제대로 지원을 못하면서 나중에는 어떻게 감당하려고 하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코트라는 현재 사업이 큰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다며 앞으로 해외마케팅 전문위원을 더 충원하겠다는 등 사업확장에만 골몰하는 모습이다. 코트라 고위관계자는 "전문위원과 직원들이 매년 며칠씩 시간을 투자해 기업별 종합 수출지원전략을 정밀하게 마련해주는 등 사업이 무난히 운영되고 있다"고 강변한뒤 "현재 전문위원이 5명 정도 되는데 올해 해당 기업이 100개까지 늘 전망인 만큼 위원 수를 더 늘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챔프사업=코트라가 중견기업 해외시장 확대를 위해 진행 중인 수출지원 공공서비스. 지식경제부가 2020년까지 세계적인 기업 300개를 육성한다는 목적 아래 매출 400억~1조원 미만 회사들을 대상으로 선정한 월드클래스300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정부와 업체에서 각각 5,000만원씩을 투자해 1억원 정도 규모의 펀드를 조성, 이를 해당 기업 해외 마케팅에 쓴다.

여기에 코트라는 사업을 위한 운영비를 정부로부터 별도로 받는다. 지난 2010년 시범사업으로 시작해 현재 월드챔프사업 등록 업체는 총 68개. 올해 안에 100개 정도까지 늘릴 예정이다. 받은 예산에 비해 신청기업이 부족해 10곳 이상은 월드클래스300 바깥의 기업으로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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