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크게 떨어지자 이 틈을 타 세금 부담을 줄이려는 대주주들의 주식 증여가 잇따르고 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은 지난달 25일 종희ㆍ은정ㆍ정민씨 세 자녀에게 동서 지분 2.01%(60만주)를 증여했다. 3월 중순 이후 동서의 평균 주가는 3만2,000원대로 지난해 평균 주가(3만4,800원대)를 밑도는 상태다.
또 이달 1일에는 삼천리 대주주인 유상덕 삼탄 회장이 어머니 박옥순 씨로부터 삼천리 주식 9,894주를 증여받았고 이재연 전 LG그룹 고문 역시 아들 이선용 베어트리파크 대표에게 LG 주식 27만8,106주와 LG상사 주식 2만1,945주를 넘겨줬다
이외에도 허정섭 한일시멘트그룹 명예 회장은 4월말 장남 허기호 한일시멘트 대표에게 한일시멘트 주식 5만7,126주를 증여했고 이상배 일진에너지 부회장도 지난달 이광섭 부사장에게 보유주식 전량(65만4,000주)을 넘겼다.
이처럼 최근 들어 주식 증여가 잇따르고 있는 것은 최근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면서 증여세 부담을 덜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여세는 과표에 따라 10~50%의 세율로 부과되는데 특히 30억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증여하면 최고 세율인 50%를 증여세로 내야 한다. 특히 상장법인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주식을 증여할 때 주식가액의 20%를 할증 과세하기 때문에 언제 증여하느냐에 따라 세금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
상장주식에 대한 증여세는 증여 전후 두 달간 종가 평균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대주주들은 주가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판단을 했을 때 증여에 나선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물론 예상과 달리 주가가 급등할 경우 3개월 이내에 취소할 수 있다. 실제로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의 부인 조덕희 씨는 2010년 7월과 2011년 6월 두 딸에게 증여 결정을 내렸다가 주가 상승으로 증여를 취소한 바 있다.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는 주가 약세를 틈타 주식이나 주식형펀드를 자녀들에게 증여하기 위해 상담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은하 미래에셋증권 세무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주가가 폭락했던 당시 대주주들이나 고액자산가들의 증여가 급증했는데 그때 기회를 놓친 투자자들이 최근 적절한 증여 타이밍을 문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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