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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민 박사 첫 수상자(이달의 과학기술자상:Ⅰ)

◎과학대중화·연구의식 고취한국과학재단과 서울경제신문, 과기처가 제정한 「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첫 수상자가 선정됐다. 제 1회 수상자인 이종민 한국원자력연구소 기반연구그룹장의 연구세계를 조명하고 「이달의 과학기술자상」의 제정 배경과 심사과정 등을 소개한다.<편집자 주> ◎연구 업적/방사선치료·대기오염 측정장치 등/레이저분야 황무지 개척한 선구자 이종민 박사는 국방과학연구소(13년)와 한국원자력연구소(12년)에 근무한 25년동안 집요하게 레이저만 쫓아다녔다. 직진하면서 지향성이 높은 레이저의 독특한 특징이 곧고 집중력이 강한 그의 성격과 그대로 맞아 떨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박사는 레이저처럼 집요한 추진력으로 황무지였던 국내 레이저 기술을 선진국 수준으로 화려하게 가꾸어 놓았다. ◇Nd:YAG 레이저(79년):국내 처음으로 Nd:YAG(이트륨과 알루미늄으로 된 결정에 네오디뮴을 입힌 것)를 매질로 하는 레이저를 개발, 거리를 측정하고 어떤 물체를 유도하거나 추적하는 장치에 응용했다. ◇Nd:YAG 레이저 용접기(89년):각종 금속을 간편하고 매끄럽게 용접·가공하는 장치. 주요 기술을 (주)코러스에 이전하여 레이저 용접기를 생산, 지난 95년 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색소 레이저(92년):자외선에서 적외선에 이르는 영역에서 원하는 파장을 선택할 수 있는 레이저로 분광학 등 학술용이나 정밀화학 등 산업용으로 널리 이용된다. (주)제일기전에 기술을 이전하여 생산하고 있다. ◇자유전자 레이저(94년):파장과 출력을 마음대로 고를 수 있어 다음 세대 레이저로 꼽힌다. 이박사는 밀리미터파 영역의 자유전자 레이저를 개발, 우리나라가 이 분야에서 세계 7위권에 진입하는데 기여했다. ◇대기오염 측정장치(94년):전파를 사용하는 레이더(RADAR·RAdio Detecting And Ranging)처럼 빛을 이용하는 라이더(LIDAR·LIght Detecting And Ranging)를 개발하여 공기 중의 먼지를 분석, 대기 오염·방사선 오염·오존의 양을 측정했다. ◇희토류 금속과 안정 동위원소 추출(95년):세계에서 5번째로 방사선 치료에 필요한 동위원소를 분리 추출하여 국산화에 기여했다. ◇입체 영상장치(95년):편광방식 입체 영상장치를 개발하여 원격작업용 가상현실시스템을 제작하고, 색분리방식 입체 영상기술을 개발하여 입체 영상서적인 「한국의 석탑」과 입체 영상 타이틀인 「가상 박물관」을 발간했다. ◇금속 증기 레이저(96년):금속 증기를 매질로 하여 가시광선 영역에서 나타나는 레이저. 세계에서 8번째로 개발했지만 출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연구 계획/원적외선·가시광선 등 맘대로 선택/「초전도 자유전자 레이저」 개발 야심 빛은 인간의 감각 가운데 가장 눈부신 경험이다. 이종민 박사의 꿈은 우리의 삶을 찬란한 빛으로 가득 채우는 것이다. 곧 눈부신 경험으로 가득한 「옵토피아」(Optopia)가 그의 꿈이다. 레이저가 만들어내는 옵토피아는 이미 우리 주변에 다가와 있다. 레이저 디스크(LD)와 콤팩트 디스크(CD)가 이끄는 생생한 영상과 청량한 음향의 세계는 시청각 공간에서 레이저의 위력을 감탄하게 만든다. 광통신과 광컴퓨터는 레이저의 탁월한 정보처리 능력을 드러내고 레이저 프린터와 바코드 판독기는 레이저의 편리함을 잘 보여준다. 시력을 보정하고 기미를 지우며 악성 종양을 제거하는 레이저 수술은 레이저의 혜택을 실감나게 하고 홀로그램과 레이저 쇼는 레이저의 입체적인 현란함을 자랑한다. 이박사는 레이저가 만들어내는 새로운 옵토피아의 세계를 꿈꾸고 있다. 이 옵토피아 세계의 엔진이 바로 초전도 자유전자 레이저다. 초전도 자유전자 레이저는 아직 세계 어느 나라도 만들지 못한 종합 레이저 공장이다. 초전도 자유전자 레이저는 원적외선에서 가시광선 영역까지 파장을 원하는대로 선택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 출력을 조절할 수 있으며 광양자빔과 전자빔을 한꺼번에 만들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방사선 치료 ▲생명과학 ▲식품·보건 ▲하수·매연 처리 ▲화학·방사성 폐기물 처리 ▲바다 오염 기름 제거 ▲반도체 재료 ▲고순도 화합물 ▲폴리머 중합 ▲정밀 가공·용접 ▲국방 등 다양한 분야에서 레이저가 위력을 발휘하게 된다. ◎연구실 풍경/반사·굴절 현란한 빛의 정렬 장관/밤늦은 연구로 목조차 불편한 「환자」들 즐비 이종민 박사의 연구실은 빛으로 가득 차 있다. 알콜에 섞인 여러 물감에서 뿜어나오는 색소 레이저의 화려한 색상이 광학 렌즈와 광학 거울을 통과하거나 반사되면서 공기 중에 떠도는 매우 작은 먼지의 브라운 운동과 어울려 현란함을 더하고 있다. 직진·반사·굴절·회절하는 빛의 특성이 빚어내는 장관이다. 특히 파동으로서 빛의 마루와 골이 결맞게(coherent) 나아가는 레이저는 인간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빛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 아름다움은 「가지런한 줄맞춤」(정렬·Alignment)이 빚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연구실에서 이박사의 지시는 항상 「정렬」이다. 그의 이름이 이정렬박사로 통할 정도다. 실험대의 균형은 물론 그 위에 놓인 광학 렌즈와 광학 거울 등 수많은 광학장치들의 초점을 맞춰야 레이저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에게는 기계미가 있다」는 것이 이박사의 주장이다. 기계에는 기계 나름대로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기계가 그 아름다움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해야 성공적인 연구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실 탁자의 높낮이가 조금이라도 다르거나 한 모서리가 조금만 삐져나와도, 연구원이 올린 보고서에서 잘못된 숫자 하나, 틀린 오자 하나가 발견돼도 그의 지시는 단호하다. 정렬! 이박사의 연구실에는 불나방이 많다. 레이저의 아름다움에 빠져 밤새는 줄 모르고, 몸 상하는 줄 모르고 연구하는 연구원들이 바로 그들이다. 최근 들어 이박사의 연구팀에 보통 새벽 2∼3시까지 이어지는 밤늦은 연구로 목 디스크를 앓는 연구원이 늘어났다. 아마 목뼈를 제대로 정렬시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인터뷰/유학 한번 안가본 ‘된장연구원’/초년병땐 보안경 살돈 모아 실험장비 구입/연구 몰두하다 딸 고입원서 접수 놓치기도/논문 241·특허 36건… 발명가가 「한국의 탑」 출간 프로 바둑기사 서봉수의 바둑이 「된장 바둑」이라면 한국원자력연구소 기반연구그룹 양자광학팀 이종민 박사의 레이저는 「된장 레이저」다. 서울 토박이 출신으로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에서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이박사의 이력서에서 외국 유학이나 해외 연수와 관련된 단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의 학력과 경력은 철저하게 「된장」으로 만들어져 있다. 업무로 떠나는 1∼2주의 해외 출장이 외국 경험의 대부분이고 미국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사에서 넉달간 공동 연구한 것이 가장 긴 「서유견문」이다. 『대학에서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 우연히 그 학생이 보던 만화에서 살인 무기로 쓰이는 레이저 광선을 보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박사가 레이저를 처음 만난 것은 만화에서였다. 이박사가 대학에 입학하기 바로 1년전인 1960년 미국의 테오도르 마이먼이 처음 루비 레이저를 개발한 것을 보더라도 레이저는 당시 새롭고 신비한 매력을 풍기는 용어였다. 『초·중학생 시절 모형 비행기를 전시한 가게 앞에서 넋을 잃고 앉아 있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값이 비싸 감히 살 생각은 못하고 구경만 했죠. 그러다가 발길을 돌려 청계천으로 가 온갖 전자부품들을 만지작거리면서 꿈에 부풀기도 했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뒤 줄곧 레이저에만 매달린 그의 삶은 우리나라 레이저 개발의 역사라고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연구원 초창기 시절, 그는 실험장비가 모자라 보안경 살 돈을 아껴 다른 부품을 샀다. 그리고 보안경을 쓰지 않고 맨눈으로 레이저를 보다가 망막을 다쳐 지금 시야에 나타나는 흐린 점 때문에 고생을 한다. 눈시울이 찡해지는 감동의 한 자락이다. 『지금 생각하면 참 무식한 행동이었지만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장비는 필요한데 돈은 없고…. 레이저가 위험한 줄 알기에 다른 연구원을 시킬 수도 없어 제가 직접 레이저를 관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뿐아니다. 한번 연구에 몰두하면 가끔 중요한 약속을 잊어버리기도 한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첫 딸의 원서를 내는 것을 잊어버려, 걸어다닐 수 있는 가까운 학교를 놓치고 버스를 3번이나 갈아타야 하는 학교에 다니게 만든 사건은 지금도 가슴 아픈 사연 가운데 하나다. 지난 65년부터 익힌 아마추어 무선(HAM)을 부인과 자녀(1남 2녀)에게 모두 가르치고 과학잡지를 구독하여 아들과 함께 읽는 자상한 아빠로서는 좀처럼 자인하기 어려운 실수다. 그러나 연구실에서 실수는 절대 없다. 레이저는 결코 빈틈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연구비를 더 따기 위한 로비는 절대 안한다. 실력으로 승부를 걸되 유일한 로비라면 자료를 정확하고 상세하게 제출하는 것 뿐이다. 이렇게 해서 그는 ▲학술논문 2백41편(국제 57편) ▲학술발표 1백10편 ▲특허 36건(국제 2건) ▲저서 1편 ▲번역 1편 ▲해설 6편의 많은 연구활동을 수행했다. 유일한 저서 1편은 어려운 학술서적이 아니다. 원각사지 10층 석탑 등 국보 16개와 성주사지 5층 석탑 등 보물 36개를 직접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어 입체영상으로 만든 「한국의 석탑」(95년 발간)이 바로 그것이다. 『제가 꿈꾸는 옵토피아의 세계를 어린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우리의 석탑을 입체영상으로 보면 우리 문화재의 우수성을 더욱 실감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앞으로 시간이 나면 장승이나 경치, 나무와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풍광을 입체 영상으로 만들어 어린 학생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이박사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보통 과학기술자임에 틀림없다.<허두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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