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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비용 늘려 경영권 보호

코스닥 166개·거래소 10여사 도입 불구<br>법원선 "상법 규정 없다" 효력 인정 안해<br>규제완화 역행·도덕적 해이 부작용 우려도



초다수결의제는 포이즌 필, 황금주, 차등의결권제, 양도제한주식 등과 함께 가장 강력한 경영권 방어수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상당수 기업들은 이미 정관을 통해 이 제도를 인수합병(M&A) 방어책으로 도입하고 있다. 예컨대 적대적 인수자가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기존 이사를 해임하고자 할 경우 상법상 규정된 주주총회 특별결의요건(발행주식의 3분의1, 출석주식의 3분의2 이상)보다 가중된 의결정족수를 얻도록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적대적 인수자는 더 많은 주식을 매수하거나 우호지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M&A에 따른 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그러나 이 제도는 상법에 명확한 규정이 없고 따라서 법원도 이를 인정하지 않고 있어 논란을 야기해왔다. 따라서 정부는 이와 관련된 불필요한 분쟁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이 제도의 명문화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기업규제 완화흐름과 역행하는데도 최근 활발해지고 있는 M&A 열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등 여러 가지 문제의 소지가 많아 최종결과가 주목된다. ◇초다수결의제 도입 급증=코스닥상장법인협의회에 따르면 정관에 초다수결의제를 도입한 코스닥기업은 166개사(2008년 4월 기준)로 지난 2005년의 22개사에 비해 무려 8배 가까이 늘었다. 전체 코스닥기업의 16%가량이 이 제도를 도입한 셈이다. 거래소에서도 대한항공ㆍ메리츠화재 등 10여개사가 도입했다. 유형별로는 이사(감사) 해임에 이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144개로 가장 많았고 이사 선임(21건), 정관 변경(21건), 이사회 교체(20건)가 뒤를 이었다. ◇법원은 인정 안 해=그러나 주총 특별결의 요건을 정관에 의해 가중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려왔다. 현행 상법에는 주주총회 보통결의(발행주식의 4분의1, 출석주식 과반수) 사항의 경우 정관에 의해 그 의결요건을 달리 정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으나 특별결의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상법상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초다수결의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이동명)는 지난달 외국계 펀드가 코스닥기업인 G사에 대해 제기한 주주총회효력정지 등 가처분 사건에서 “상법상 규정이 없다”며 “초다수결의제를 규정한 회사의 정관은 무효”라고 판시한 바 있다. 이 판결에 따르면 현재 180여개 상장사가 도입한 초다수결의제는 법적 효력이 없다는 얘기가 된다. 인천지법 부천지원도 유사 사례에서 “주주의 경영진 감시와 감독권을 봉쇄하고 소수 주주의 경영권을 지나치게 강화해 주주의결권의 심각한 왜곡현상을 초래한다”며 무효 결정을 내렸다. 태스크포스(TF)팀이 이 제도의 명문화를 추진하는 이유도 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이러한 논쟁을 없애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영진 ‘도덕적 해이’ 야기할 수도=초다수결의제의 최대 문제점은 다른 M&A 방어책과 마찬가지로 기존 경영진의 지배를 고착화한다는 것이다. 이는 초다수결의제 적용대상의 대부분이 이사 해임 및 선임, 이사회 교체 등 이사의 지위와 관련된 사항이라는 점에서도 뒷받침된다. 특히 몇몇 기업의 경우 이사 해임시 발행주식의 90% 이상 찬성을 얻도록 하는 등 다수 주주의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대형 로펌의 한 M&A 전문 변호사는 “초다수결의제는 이사의 해임을 어렵게 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경우가 많아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경영진은 낮은 지분만으로 이사회를 장악할 수 있어 주가가 급등하는 경우 보유주식을 매도해 매매차익을 얻으면서도 회사의 경영권은 잃지 않는 폐해가 발생한다. 코스닥시장에서는 몇몇 회사 경영진이 정관에 이 제도를 도입한 뒤 주가가 오르자 상당수의 주식을 팔아치워 시장의 비난을 받은 사례가 적지 않다. 최한수 전 경제개혁연대 팀장은 “초다수결의제는 일본 등 몇몇 선진국에서 채택하고 있는 대표적인 M&A 방어수단이지만 지배 주주의 지위를 고착화시키고 부적절한 이사를 해임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주주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며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법무부의 한 관계자는 “초다수결의제를 명문화하더라도 그 범위와 한계를 분명히 해 부작용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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