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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의 성장세가 빠른 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지난 3ㆍ4분기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금융위기 수준으로 떨어져 올해 전체로는 2% 턱걸이 성장도 불안한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2012년 3ㆍ4분기 국민소득(잠정)' 자료에 따르면 지난 3ㆍ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0.1% 성장하는 데 머물렀다. 이는 리먼 사태 이후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ㆍ4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지난 10월 발표한 속보치(0.2%)와 비교하면 반토막 난 셈이다.
올 들어 전 분기 대비 실질 GDP 성장률은 지난 1ㆍ4분기 0.9%에서 2ㆍ4분기 0.3%로, 3ㆍ4분기에 다시 0.1%로 떨어져 분기마다 3분의1 수준으로 추락했다.
3ㆍ4분기 실질 GDP를 지난해 동기와 비교해도 1.5% 성장하는 데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성장률도 2009년 3ㆍ4분기(1.0%)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GDP 성장률이 속보치에도 크게 못 미치다 보니 올해 한은이 전망한 2.4% 경제성장은 요원하다. 정영택 한은 경제통계국 부장은 "(3ㆍ4분기에) 투자나 소비 등이 회복세를 보이지 못해 특별한 요인이 없는 한 전망치 달성은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망치를 달성하려면 4ㆍ4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6%,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2.7%가량 성장해야 하지만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한은은 3ㆍ4분기 성장률이 부진한 주요 요인으로 설비투자를 꼽았다. 설비투자 증가율은 반도체 제조용 등 기계류와 자동차 등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전기 대비 4.8% 줄었다. 2ㆍ4분기의 감소폭(0.7%)보다는 나아졌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제조업 성장률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운송장비ㆍ정밀기기ㆍ비금속광물 등이 줄어 전기 대비 0.4% 감소해 전 분기(-0.2%)에 이어 역주행한 것이다.
반면 민간소비 증가율이 2ㆍ4분기 0.4%에서 3ㆍ4분기 0.7% 늘어났다. 하지만 이는 신형 스마트폰 출시 등 특수 요인이 작용한 터라 오히려 앞으로 민간소비 회복세에 제약 요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한은은 평가했다.
국내총투자율이 하락 추세인 점도 경제성장에는 먹구름으로 작용했다. 지난 1ㆍ4분기 29.5%였던 국내총투자율은 2ㆍ4분기 27.7%에 이어 3ㆍ4분기 26.0%로 급락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한은 안팎에서는 내년 성장률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4ㆍ4분기 성장률이 3ㆍ4분기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올해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내년 전망치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홍춘욱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급격히 얼어붙은 설비투자를 내년에 만회할 만한 정부 차원의 지원 등 계기가 생긴다면 내년 성장률을 상향 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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