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은행빅뱅 아직 說만 무성

제일, 하나와 초보적 수준 논의 사실 확인

제일ㆍ서울은행이 은행 빅뱅의 중심축으로 자리하고, 여기에 하나, 신한, 한미 등 우량은행들이 가세하는 '신 합종연횡'의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

또 2선에 있는 조흥ㆍ외환 등 공적자금 투입은행들도 합병을 통한 거듭나기를 모색하고 있다.

합병논의가 열매를 맺기 위해선 열쇠를 쥐고 있는 외국인 대주주들과 정부의 결단이 필수적이다. 정부는 의지가 강하지만 함부로 나서기가 어려운 형편이고 외국인 대주주들은 이해득실 계산에 치밀해 쉽사리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은행 추가합병론은 설만 무성한채 해를 넘길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그렇지만 합병의 특성상 언제든 전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금융계 관계자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제일 중심 합병론

대주주인 뉴브리지의 지분 매각 제한이 내년부터 풀린다. 뉴브리지는 올 하반기부터 국내 은행들을 상대로 짝짓기를 시도해 왔다.

투자이익을 실현키 위한 전략이 전개된 것. 하나ㆍ신한ㆍ한미, 심지어 국민은행에까지 전방위 접촉을 한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접촉 사실을 노출시키면 논의를 중단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파트너들의 소극적 태도로 진전되지 못했다. 하나은행은 달랐다.

하나측도 지난해말부터 전 은행을 상대로 러브콜을 했고, 둘간의 이해 일치로 초보적 수준의 논의를 벌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은 반반이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오히려 제일-한미은행간 결합 가능성을 내비쳤다. 뉴브리지와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펀드가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합병 협상을 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제일ㆍ하나은행간 합병은 100미터 달리기에 10미터 정도 간 것에 불과하다"며 "누가 추월해 바통을 뺏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 서울 중심 빅뱅론

강정원 서울은행장이 국내외 매각작업을 진행중이다. 금감위 고위 관계자는 "삼성을 제외한 국내외 3곳이 적극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실현성은 불투명하다. 동양그룹은 포기했다. 이근영위원장이 언급했듯, 롯데 인수가능성도 사라졌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 의미있는 말을 던졌다. 우량은행과의 합병을 타진했으나, 원하는 데를 찾지 못했다는 것.

역으로 우량은행들이 입장을 바꾸면 언제든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승유하나은행장이 고용조정과 손실보전을 전제로 서울은행 인수에 대한 검토의사를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위원장은 반면 조흥은행에는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서울은행 중심의 빅뱅은 그러나 기업ㆍ우량은행 카드 모두 녹록치 않다. 연말을 넘겨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우량+우량'카드는

후보는 신한ㆍ하나ㆍ한미은행이다. 가능성은 상반기에 비해 줄어들었다. 이위원장은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한미에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다가 지쳐 제일은행에 등을 기대고 있다.

변수는 신한은행이 쥐고 있다. 내달 제주은행을 인수한뒤 합병 작업에 뛰어들 것이고, 하나ㆍ한미 등에 콜을 보낼 경우 의외로 조기에 결실을 맺을 수도 있다.

김영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