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그룹의 공격적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다. KB 등 다른 금융그룹이 내홍, 사건·사고 등 잇따른 악재로 흔들리는 사이 안정적 지배 구조를 바탕으로 틈새시장 개척 등에 나서면서 성과가 구체화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신한금융이 은행·카드·보험 등 사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짜임새 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당분간 독주 체제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당장 그룹의 맏형인 신한은행은 할부금융사의 격전지였던 자동차금융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고 있다. 2일에는 은행권에서 처음으로 자동차대출 통합 브랜드 '신한 마이카(MyCar)'를 선포하고 '자동차금융의 명가(名家)'라는 슬로건도 발표했다.
이는 자동차 금융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데 따른 자신감의 발로라는 분석이 나온다. 신한은행은 지난 2010년 '신한 마이카 대출'을 선보인 지 4년 만에 취급액 1조원을 돌파했다. 특히 신한 마이카 대출에 이어 중고차 구입을 위한 중고차대출, 고금리 자동차 할부금융의 저금리 갈아타기를 위한 대환대출, 개인택시 사업자 대상의 택시행복대출, 화물자동차 차주 대상의 화물자동차대출을 잇따라 내놓아 자동차금융 대출상품의 라인업을 갖췄다. 실적도 뒷받침되고 있다. 마이카 중고차 대출은 2년 만에 누적 취급액이 1,254억원(1만298건, 올 4월 말 기준)을 기록했고 택시행복대출은 출시 1년도 안돼 취급액이 500억원에 육박한다.
개인정보 유출이란 메가톤급 악재를 피했던 신한카드도 신상품 출시 등에 속도를 내고 있다. 리딩카드사의 저력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날 신한카드는 세계 최초로 서명형 유니온페이(은련카드) 직불카드를 내놓았다. 중국의 유니온페이 본사와 손잡고 편의성이 높아진 제품을 내놓은 것. 앞서 신한카드는 고객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카드 '23.5˚'와 체크카드 'S-Line'도 출시해 주목받았다.
금융계에서는 신한금융의 강점이 위기 국면에서 발휘되고 있다고 본다. 한동우(사진) 신한금융 회장은 최근 간부들에게 "금융인이라면 내규를 따르고 원칙을 지키는 게 마땅한 자세"라며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사건·사고가 덜 발생하는 이유로 꼽힌다.
한마디로 시스템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는 평이 많다. 일단 지주회사 산하의 은행과 비은행의 포트폴리오가 6대4 정도로 안정적으로 구축돼 있다. 또 그룹의 경영 승계 프로그램도 후계 구도를 육성하는 시스템과 그룹 최고경영자(CEO)의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막기 위한 그룹경영회의체를 운영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란 진단도 뒤따른다. 한 회장이 내부 출신이라 그룹사들을 제대로 통제하고 있는 점도 KB 등과 대비된다.
이는 그룹 전체 실적에 반영됐다. 신한금융의 올 1·4분기 영업이익은 7,578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3.6% 증가했다. 순이익도 16.1% 늘어난 5,584억원을 기록했다. 타 금융그룹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못하거나 소폭 늘어난 실적에 그친 것에 비교해 압도적이다.
금융계의 한 고위 인사는 "저금리·저성장이라는 위기 국면에서 신한의 경영 성과가 가장 좋은 것은 부인하기 힘들다"며 "외풍으로부터 자유로운 신한의 공격 경영이 더 돋보일 수 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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