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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빈 구금, 혼란스런 신의주특구
입력2002-10-04 00:00:00
수정
2002.10.04 00:00:00
북한 신의주특구 개발의 주역으로서 북한으로부터 신의주 행정장관에 임명된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 양빈(楊斌)이 4일 중국당국에 의해 연행돼 구금됐다고 한다. 중국당국이 양장관을 연행한 이유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그의 중국내 사업과 관련한 주가조작 및 탈세설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양빈 장관은 신의주 특구개발사업에 대한 의욕이 앞선 탓인지 실천하지 못할 말부터 먼저 하는 통에 신뢰에 상당한 손상이 가있는 상태였다. 이번의 구금사태로 인해 그는 더욱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로 비쳐지게 됐음은 물론 신의주 특구개발 사업자체가 좌초될 우려도 없지않다. 북한의 신의주 개발사업은 양빈 장관 한 사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완고한 폐쇄체제를 유지해 왔다. 양빈 장관이 지난달 27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한국인을 포함한 모든 외국인의 신의주 무비자 입국허용 발언이 결국 허언으로 드러났듯이 북한의 개방은 그렇게 하루 아침의 깜짝 쇼처럼 풀리기는 어려운 구조다. 양빈의 구금이 중국 내에서의 불법행위 때문 만이라면 처벌만 받으면 된다. 그러나 거기에 정치적 외교적 배경이 있다면 신의주개발은 자못 심각해 질 수도 있다. 양빈 장관은 외국 자본을 유치해서 신의주를 런던이나 파리처럼 만들겠다고 했다. 네덜란드 국적의 중국인으로서 현재 중국 내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그가 중국과 잠재적 경쟁관계가 될 신의주개발에 나서는 것에 중국당국이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다. 특히 중국이 역점사업으로 추진중인 신의주 맞은 편 단둥지역 개발에 부정적 영향이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했을지 모른다. 다른 하나의 배경으로는 북한과 러시아간의 외교적 밀착을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것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철의 실크로드 사업을 둘러싸고 러시아와 중국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는 시베리아 횡단철도 사업과 관련해 최근 정상회담을 갖는 등 긴밀화하고 있다. 중국의 양빈 장관의 구금이 북한에 대한 견제를 주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기를 바란다.북한의 개방은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대승적인 자세에서 중국정부도 적극 지원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신의주개발은 남북관계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사업이다. 우리는 이 사업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이 사업은 주변국의 협조 없이는 성공하기 어렵다. 북한은 양빈이라는 개인을 앞세워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 같은 국제간 협조관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는지 돌이켜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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