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감으로만 느껴지던 물가상승의 흐름이 공식적인 지표에 본격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이 중점적으로 관리하도록 지시한 52개 품목 가운데 배추와 무 등 채소류를 비롯한 이른바 ‘장바구니 물가’와 국민 생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교육비 등이 들썩거리고 있어 구조조정과 임금삭감 등으로 소득이 줄어들고 있는 가계의 주름살을 더욱 깊게 패게 하고 있다. 더욱이 3월에는 환율 급등에 따른 가격인상 여파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물가앙등의 흐름은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계청이 3일 발표한 ‘2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환율 상승의 흐름 속에서 전년 동월에 비해 4.1% 올라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5.9%를 기록한 후 매달 떨어져왔으며 오름폭이 확대된 것은 7개월 만에 처음이다. 물가상승률이 4%대로 올라선 것은 지난해 12월 이후 2개월 만이다. 장바구니 물가로 표현되는 식료품 등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3% 상승했다. 부문별로 보면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 동월보다 5.4% 올라 물가상승에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 공업제품도 5.0% 오르며 가격상승을 주도했다. 전년 동월과 비교한 품목별 물가는 양파와 귤ㆍ금반지ㆍ비스킷이 최고의 상승률을 보였다. 농축수산물 중에서는 돼지고기(25.3%), 쌀(6.9%), 귤(59.6%), 양파(69.3%)가 많이 올랐고 감자(-35.1%), 파(-40.9%), 배추(-30.7%) 등은 하락폭이 컸다. 공업제품 중에서는 금반지(49.5%), 우유(35.1%), 비스킷(46.7%), 빵(17.2%)이 오른 반면 휘발유(-8.7%), 경유(-8.4%), 자동차용 LPG(-10.6%), 등유(-6.6%)는 내려갔다. 전세(2.4%), 월세(1.7%)는 소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개인서비스 중에서는 사립대 납입금(7.1%), 유치원 납입금(8.4%), 삼겹살(12.0%), 대입 종합학원비(8.4%), 보육시설이용료(6.6%), 김밥(21.7%), 돼지갈비(9.4%), 미용료(7.2%)가 많이 올랐다. 송성헌 통계청 경제통계국 과장은 “전월 대비로 볼 때 석유류 가운데 휘발유가 공급량이 줄면서 많이 오른데다 지난 1월에 유류세 10% 인하 조치가 환원되면서 물가인상에 작용했다”며 “농산물 가격 인상은 겨울이라는 계절적 요인과 날씨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은 2ㆍ4분기 이후 경기하강 요인 등이 물가 상승압력을 둔화시켜나감에 따라 올해 물가는 2% 후반대로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달 고공행진을 한 환율 부분이 물가에 본격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물가의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연구기관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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