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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계부채 대신 메르스 경제감염 차단 택한 한은

한국은행이 고민 끝에 금리 인하를 결정했다. 이번 조치로 연 1.75%였던 기준금리는 석 달 만에 1.50%로 떨어지며 사상 최저 기록을 또 한번 갈아치웠다.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이후 이주열 한은 총재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파급 영향이 불확실하긴 하지만 경제주체들의 심리와 실물경제 활동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미리 완화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금리 인하 배경을 설명했다. 급증하는 가계부채가 걱정이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메르스로 인한 경제 감염을 차단하는 게 더 절실하다는 뜻이다. 정확한 판단이다.

한은의 결정으로 정부의 경기부양 행보는 더 빨라질 가능성이 커졌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직면한 위기를 금리 인하만으로 헤쳐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엔저로 국내 기업들의 대외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지난달 수출은 두자릿수나 곤두박질쳤고 그나마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도 메르스 사태로 다시 동면에 들어갔다. 전염병 때문에 성장률이 0.1~0.2%포인트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지금이 비상상황이라는 의미다. 경기부양을 통화당국에만 맡길 게 아니라 추경 같은 재정수단도 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금리 인하와 추경이 대증요법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체질개선과 경제 구조개혁을 병행하면 시너지를 거둘 수 있다.

문제는 우리가 경기부양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는 데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가계부채에도 대비해야 한다. 1,100조원으로 지금도 사상 최대인데 금리를 또 내렸으니 증가 속도가 더 빨리질 것은 자명하다. 가계부채가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지만 방치했다가는 경제에 치명적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 상환능력을 벗어난 대출을 엄격히 규제하고 신규대출과 제2금융권 대출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으로 시한폭탄이 터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금리 인하 외에도 해야 할 일은 아직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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