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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업계 이전투구/리베이트설 파다/제살깎기 여전

◎업체간 자정 룰마련 시급/공공사업 입찰때 저가입찰 이어 결과 불복에 흑색선전요즘 시스템통합(SI) 업계는 대선 정국의 정치판을 닮았다. 그것도 부정적인 측면만 골라서 꼭 빼닮았다. 공공 SI 프로젝트 입찰과정이 과열되면서 입찰 결과에 불복하고 흑색선전을 퍼뜨리는 등 정치판에서나 볼 수 있는 혼탁 양상이 만연하고 있다. 또 리베이트설이 파다하게 퍼져 금권에 의존하는 것도 똑같다. 게다가 저가 입찰로 인한 고질적인 「제살깎기 경쟁」도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주한 2개의 대형 SI프로젝트는 이같은 혼탁 양상이 극에 달했음을 보여준다. 『도를 넘어섰다』는 게 한결같은 지적이다. 우선 지난 6월말 사업자를 선정한 정보통신부의 체신금융망 프로젝트. 내로라하는 SI업체는 모두 참여했다. 결과는 기술평가에서 1위를 한 H컨소시엄이 수주했다. 그러나 입찰에서 떨어진 S사 등이 결과에 불복하고 이의를 제기함에 따라 계약이 한 달 이상 늦어지고 있다. H컨소시엄은 정부와 세부사항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계약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한다. 그러나 S사의 이의 제기로 계약과정에서 혼선을 빚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이 프로젝트는 지금까지 2번이나 무산되고 당초 계획보다 1년 6개월 이상 착수하지 못해 입찰과정에 물의를 일으킨 대표적 사례다. 또 최근 노동부가 발주한 산재의료원 전산망 프로젝트. 지난주 L사가 사업자로 내정됐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입찰에서 떨어진 업체들이 「짜고 친 고스톱」이라며 반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업체는 수주업체인 L사가 의료분야 SI에서 그간 별로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는데도 사업자로 선정된 점을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L사가 상당액의 리베이트를 주기로 했다는 루머까지 파다하다. L사는 이같은 주장을 일축한다. L사는 기업문화가 다른 외국회사와 지분을 나누어갖고 있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리베이트를 줄 수 없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료정보 등 의료분야 전문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했기 때문에 사업진행에 아무런 차질도 없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SI업계가 혼탁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상황논리로 설명한다. 즉 국내 SI사업의 연륜이 짧아 공정경쟁을 위한 「게임의 룰」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 갈수록 경쟁이 심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대기업의 잇단 부도 등으로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덩달아 SI시장도 위축되는 모습을 보이자 이같은 현상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한다. 원인이 무엇이든 지금 SI업계는 공멸의 길을 선택한 것처럼 보인다. 경기회복이 재계 전체 및 국가 차원의 숙제라 하더라도 SI업계 스스로 조속히 공정한 게임의 룰을 정착시키지 않으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진흙밭」에서 허우적댈 게 뻔하다.<이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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