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차려보니 30개월 노예로… 참담
LTE 과열 경쟁… 노예계약 양산30개월 이상 약정 권유… 대리점에 일방적 지시 후 어길땐 판매수수료 깎아이통사선 "강요한 적 없다"
유주희기자 ginger@sed.co.kr
최근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폰을 구입하기 위해 이동통신사 대리점과 온라인 매장을 둘러 본 심 모 씨는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대리점 직원들과 온라인 매장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30개월 약정'을 권유했기 때문이다. 온라인 매장에선 아예 선택할 수 있는 약정기간이 30개월밖에 없었다.
이같은 마케팅에 대해 최대한 오래 가입자를 붙잡아두기 위한'꼼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통사 대리점을 운영하는 송 모(34)씨는 "원래대로라면 24개월이든 30개월이든 약정 기간은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지만 통신사에서 '무조건 30개월 이상'으로 대리점에 지시하는 경우가 많다"며 "30개월이 아니라 24개월 약정으로 가입시키면 대리점에 떨어지는 판매 수수료(리베이트)를 깎는 식"이라고 전했다. 이런 관행이 문제될 경우 통신사에선 '일부 대리점ㆍ판매점 직원의 문제'로 떠넘긴다"는 게 송씨의 설명이다.
최근 들어 통신사의 LTE 가입자 유치가 치열해 지면서'노예계약을 양산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대리점 직원 말만 듣고 24개월이 아닌 30개월, 36개월을 택했다가 시간이 지나 후회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 특정 LTE 스마트폰에 특정 기간 동안 100만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해 결과적으로 가입자를 차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더 문제는 LTE는 스마트폰이나 일반 휴대전화 가입자에 비해 가입자당매출(ARPU)이 높아 가입자 확보전이 더욱 가열되는 양상이어서 이런 꼼수 마케팅이 늘어날 소지가 많다는 점이다.
이통사들은 이에 대해 "그런 지시를 내리거나 강요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SK텔레콤은 "30개월로 기기값을 나눠 내면 더 저렴해 보이기 때문에 영업이 편하다는 등의 장점은 있다"며 "다만 이를 통신사 차원에서 권장하거나 하는 정책은 없다"고 밝혔다. KT, LG유플러스도 "정책적으로 30개월 이상 약정을 유도하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통신사 대리점에서 30개월이 넘는 장기 약정으로 가입을 권유하면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히 36개월 약정의 경우 30개월이 넘어가면 이통사 요금할인이 안 되기 때문에 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월 기본료 5만5,000원짜리 요금제에 24개월 약정으로 가입했을 경우 이통사에서는 약 2만원 가량의 요금을 깎아준다. 하지만 36개월 약정으로 가입하면 31개월째부터는 요금할인이 없기 때문에 다른 이통사로 이동하는 게 더 낫게 되지만 약정 때문에 옮기기도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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