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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정밀유도탄과 불발탄

지난 25일 국회. 대정부 질의에 나선 이방호 한나라당 의원이 “북한이 현대아산 측에 현대에서 만들고 있는 잠수함과 이지스함의 설계도를 요구했고 현대아산이 이를 거절하자 북측이 남북경협에서 현대를 배제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과 미국중앙정보국(CIA)도 이를 알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실이라면 남북 관계에 큰 영향을 주게 될 엄청난 사건이다. 하지만 이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이상 입증 자료는 없다. 제보의 주인공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책임한 폭로’ 공방이 벌어질 법하지만 정치권은 의외로 조용하다. 사실관계 확인조차 불가능한 ‘불발탄’이다. 지금은 소위 ‘국적법’으로 명성을 얻었지만 한때 같은 당의 홍준표 의원은 ‘폭로’ 공방의 귀재였다. 그는 ‘DJ 비자금설’ ‘나라종금 로비 의혹’ ‘썬앤문 사건’ 등 굵직한 여권 비리를 폭로했고 이들 사건은 최소한 일부 사실로 드러났다. 정보를 제공할 검찰 내 인맥이 상당하고 홍 의원 스스로도 국회의원이기 전에 수사 기량이 뛰어나기에 가능하다고들 했다. 이런 까닭에 홍 의원이 뭔가 준비해왔다는 얘기가 나오면 늘 기자들이 모여들었고 여권은 긴장했다. 홍 의원은 특유의 어법으로 국회의원의 의무 세 가지를 강조하고는 했다. “국회의원은 입법과 예산심의도 하지만 권력을 감시해야 합니다.” 막판에 홍 의원은 단 한번 실수를 했다. 지난해 2월 노무현 대통령의 괴자금 1,300억원이 있다고 주장하며 양도성 예금증서(CD) 사본까지 제시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여권은 홍 의원을 몰아붙였고 홍 의원은 그간 높은 ‘적중률’에도 불구, ‘폭로계’ 은퇴를 선언했다. 정교한 유도폭탄도 한번 빗나가면 퇴출되는 마당이다. 감춰진 내용을 국민에 알리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 중 하나라면 그 내용이 중요할수록 근거 자료는 충분해야 한다. 이 의원의 폭로 내용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 입증 자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 상태로 아예 터지지도 않는 이 의원의 ‘불발탄 폭로’를 보니 명중 여부라도 명확히 드러났던 홍 의원의 ‘정밀 유도탄’이 차라리 감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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