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후 20일 만에 우리 기업들의 대북 사업 윤곽이 드러났다. 노무현 대통령 주재로 23일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인 간담회에서 주요 그룹 대표들은 구상하고 있거나 추진하고 있는 각각의 사업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특히 포스코 등 일부 기업들은 그동안 논의 단계에 머물렀던 구체적인 사업 계획들을 소개해 앞으로 대북 사업 행로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ㆍ삼성전자 대북 사업에 본격 나서나=정상회담 당시 노 대통령을 수행했던 이구택 포스코 회장은 “북한으로부터의 무연탄 도입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소개하면서 “특히 중국산보다 우수한 것으로 확인된 북한산 마그네사이트의 신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방북 당시 거론됐던 조림사업에 대해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답하는 등 포스코의 대북 사업이 자원개발 등에 집중될 것임을 시사했다. 정상회담 당시 이건희 삼성 회장을 대신해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존의 투자를 확대하면서 새로운 투자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삼성은 현재 북한에 연간 2만대 규모의 TV 브라운관 임가공 사업을 진행 중인데 윤 부회장의 발언은 이외에도 가전 등의 분야에서 신규 공장 설립 가능성을 내비친 것이어서 주목된다. 윤 부회장은 “지난 2000년 방북 시에 비해 북한이 하려고 하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경협 활성화를 위해 전력ㆍ용수 등 인프라 문제와 투자를 보장할 수 있는 법과 제도의 개선, 북한의 기술 인력 개발에 정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건의했다. 정상선언문에 포함됐던 백두산 관광사업과 관련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다음주 그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북한에 들어갈 예정”이라면서 “내년 5~6월 중에는 첫 삽을 뜰 수 있도록 준비하고 추진할 것”이라고 전했다. 정상회담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던 조선 사업과 관련해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일단 조선업계 실무자들이 오는 11월 중으로 방북해서 안변을 둘러보고 사업 여건을 점검할 것”이라고 밝혀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사업 행보가 이어질 전망이다. 한전도 사업 계획을 내놓았다. 이원걸 한전 사장은 “문산~봉동 철도화물 운송, 개성공단 2단계 조성, 해주 특구 및 남포ㆍ안변의 조선협력단지 조성 시 새로운 전력 수요가 생길 수 있다”면서 “이러한 사업들과 연계한 구체적인 전력공급 대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ㆍSK도 대북 사업 검토 시작한 듯=현대자동차와 SK는 이날 회의에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그러나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대북 사업의 전망이 좋다”고 말해 모종의 사업 계획을 검토 중임을 내비쳤다. 최태원 SK 회장도 “남북 간의 인적 교류 활성화에 정부가 각별한 지원을 해달라”고 건의, 그룹 차원에서 신규 대북 사업 시행에 나설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상회담에 동행하지 않았던 조석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은 “(이번 회담으로) 단순한 임가공 중심의 경협이 조선협력, 자원 개발 등으로 다양화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공장은 기업이 건설하고 발전소 건설은 정부가 지원하는 식으로 정부와 민간의 효율적인 역할 분담을 주문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도 11월 초에 남북경협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포럼을 창립할 계획이라면서 경제사절단 파견과 북 측 조선상업회의소와 협력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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