勞, 유연한 자세로 사용자 불신 없애야<br>노동계, 중앙교섭이후 지회교섭 비중 줄이고<br>경영계는 사용자단체 조기구성등 적극 대응 필요<br>정부도 기존 기업별 교섭 중심 법·제도 정비해야
“사용자들이 산별노조의 교섭 요구에 의무적으로 응해야 하며 이를 위해 법ㆍ제도를 고쳐야 한다.”
“산별 교섭 이후 지부, 지회가 별도로 이중 삼중으로 교섭을 요구하는 관행을 바꾸고 선진국처럼 산별 노조 간부의 사업장 접근을 제한하라.”
자동차 3사의 산별노조 전환 이후 주요 업종별, 지역별 산별 교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동계와 경영계는 서로 상대방의 변화를 주문하고 나섰다. 노동계는 경영계의 산별 교섭 회피를 막을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경영계는 노동계가 과거의 전투성에서 벗어나 교섭절차와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노사관계 전문가들은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산별노조 출범과 산별교섭에 맞춰 기존의 관행에서 탈피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노사 모두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산별 교섭으로 인한 혼란을 줄이고 노사관계를 선진화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전문가들은 노동계가 전투성과 투쟁성에서 벗어나 산별교섭을 정착시키기 위해 중앙 교섭 이후 지회 교섭의 비중을 낮추라고 요구했다. 경영계 역시 교섭구조 변화에 따른 전문성 확보와 산별 교섭을 위한 체제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상황 변화에 맞춰 기업별 노조 중심인 현행 법ㆍ제도를 정비, 산별 교섭 시대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주희 이화여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사 모두 조급함을 버리고 장기적인 시각을 갖고 산별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금속 산별노조가 출범하더라도 초기에는 교섭의제도 제한되고 내부 이견 조율에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산별 교섭이 정착되려면 기업별 교섭은 평화적으로 진행되는 관행이 정착돼야 한다”고 노동계에 주문했다. 산별 교섭에서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도록 힘을 싣고 기업별 교섭은 평화적으로 진행해 사용자의 부담을 줄여야 산별노조가 제대로 정착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도 산별노조 정착을 위해 노동운동의 대전환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산별노조가 대규모 조합원을 거느린 책임 있는 주체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과거 기업별 단위 교섭은 명실상부한 지회 교섭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계가 초기부터 너무 의제를 넓혀 잡지 말고 업종별, 특성별 교섭을 벌이고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사용자들의 불신이 해소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별 노조가 대거 출범한 현실에 맞춰 경영계도 적극적인 자세와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관계연구본부장은 “산별노조가 사용자에게 위험일 뿐 아니라 기회일 수도 있다”며 “기업별로 노사협의회를 강화해 노사갈등을 줄이고 사업장 노사 모두 이해가 걸린 문제들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주희 교수도 “노사관계를 효율적이고 협조적으로 변화시키려면 경영계가 빨리 사용자단체를 구성해 교섭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보건의료노조나 금속노조의 경우 사용자단체 구성 문제로 교섭이 여러 차례 지연됐다”며 “사측이 적극적으로 나오지 않을 경우 조직은 산별노조인데 교섭은 기업별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현재 기업별 노조 교섭 중심으로 돼 있는 법ㆍ제도 개선과 산별 교섭 정착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문무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노동관계 법에는 기업별 노조를 전제로 만들어진 조항들이 여럿 있다”며 산별노조 시대에 맞춰 관련 법조항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연구위원은 해고의 적법성을 따지는 근로자의 노조원 인정 자격(노조법 제2조 제4항 라목), 산별노조를 전국규모의 산업별 단위노조로 한정(노조법 제10조 제2항), 산별노조 지부, 분회의 별도 신고 의무(노조법 시행령 제7조) 등을 개정이 필요한 대표적인 조항으로 꼽았다. 그는 또 기업별 노조와 산별노조가 병존하는 사업장의 교섭창구 단일화 방안과 함께 개별 사업장에 설치된 노사협의회와 종업원대표기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배규식 본부장도 “산별체제 이행으로 인한 노사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부가 중립적인 조정자의 역할을 수행, 산별체제 정착을 도와줘야 한다”며 “기존의 기업별 노사관계에 기초한 법ㆍ제도ㆍ관행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