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2종 승용차 면허를 가지고 1종 덤프트럭 운전을 허용하면 어떻게 될까. 규제 완화나 업역 완화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면허 기준을 낮춘 것이다. 건설업면허는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으로 구분된다. 일반적으로 복합공종의 건설공사는 종합건설업체가 도급받아 종합적인 계획조정관리하에 시공이 이뤄진다. 그런데 소규모복합공사는 예외적으로 전문건설업체에도 시공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업역 유연화 아닌 단순 자격기준 완화
일부에서는 업역 규제의 완화 측면에서 소규모복합공사를 그 대상으로 인식하기도 한다. 그러나 건설업역의 유연화를 시공자격 완화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소규모복합공사의 범위를 10억원까지 확대한다면 이는 빌딩 7~8층의 신축 규모로서 소규모공사로 볼 수도 없을 뿐더러 건설업면허 체계를 심각하게 왜곡할 수 있다.
현행 건설업면허 체계를 보면 종합건설업은 토건면허의 경우 기술자 최소 11인과 12억원 이상의 자본금을 요구한다. 전문건설업은 기능공 혹은 기술자 2인, 자본금 2억원을 요구한다. 실제로 공학적 기술검토와 공사관리가 가능한 기술자격자의 취업 실태를 보면 종합건설업체는 1개사당 6명, 전문건설업체는 0.6명으로 10배가량 차이가 있다.
결과적으로 전문면허를 준 상태에서 종합건설업 역할을 허용하는 것은 업역 유연화가 아니라 자격을 이원화하거나 자격기준을 낮춘 데 불과하다. 만약 소규모복합공사 범위가 확대되면 전문건설업체는 1∼2개 전문면허를 추가해 종합공사 입찰에 참여하려는 유인이 발생한다. 이는 건설업면허 체계를 근본적으로 붕괴시킬 수 있다.
그러면 건설업역의 유연화란 무엇인가. 예를 들어 건축사를 고용한 건설사는 직접 설계할 수 없는가, 설계와 시공을 통합 발주할 것인가, 전기공사를 분리할 것인가, 자재를 발주자가 구매할 것인가 등을 들 수 있다. 즉 건설업역의 유연화란 면허나 자격기준에 부합하는 상태에서 생산체계를 다양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복수의 전문면허가 있더라도 종합공사의 도급 자격이 있다고는 볼 수 없다. 그 이유는 복합공사는 종합적인 계획관리조정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하수관거 공사는 단순히 흙을 파내고 흄관을 매설하고 되메우고 포장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다. 공사착공에서 준공까지 모든 생산요소가 톱니바퀴처럼 돌아가야 한다. 각종 인허가나 스케줄링, 기성고 관리, 설계변경, 공사비 변경, 대발주처 업무, 행정기관 업무 등 다양한 공사관리 업무가 존재한다. 이는 종합건설업체의 업무 영역에 속한다.
건설 면허체계 붕괴·중기 역차별 우려
일부에서는 규모가 큰 전문업체는 공사관리를 경험한 엔지니어도 확보하고 있어 종합공사 수행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그러한 업체라면 당연히 종합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고 직접시공 능력을 갖춘 업체로서 활동해야 한다. 또 소규모복합공사의 수주가 가능한 업체는 주로 복수의 전문면허를 취득한 중대형 업체다. 결국 소규모복합공사 확대시 중소업체들이 심각한 역차별을 받을 수 있다.
소규모공사일지라도 종합관리가 요구되는 복합공사를 개별 전문업체에 시공을 허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시공자격기준을 낮췄을 때 발생하는 폐해는 사회가 부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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