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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제품이 세계 최고" 열광하는 나라
[기회의 땅 아프리카를 가다] 시장 선점 나선 기업들TV… 자동차… 에어컨… 아프리카의 마음을 사로잡다철저한 현지화 전략에 품질·디자인·AS 3박자오디오등 인기 힘입어 지사 추가설립 잰걸음
나이지리아ㆍ에티오피아=김현상기자 kim0123@sed.co.kr
케냐ㆍ남아공=임지훈기자 jhlim@sed.co.kr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신흥 부촌인 포웨이즈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의 전자기기 매장 직원이 고객에게 삼성 스마트TV의 특장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남아공=임지훈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번화가 베드포드뷰 거리에서 세계 완성차 브랜드 매장을 통틀어 세 번째로 큰 현대차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투싼 모델을 계약한 뒤 환하게 웃고 있다. /남아공=임지훈기자
'서부 아프리카의 관문'으로 불리는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국제공항에 들어선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은 구름떼 같은 인파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일자리를 잡기 위해 나이지리아를 찾은 아프리카 현지인들과 중국ㆍ인도 등지에서 건너온 근로자들이 북새통을 이룬 모습이 마치 거대한 인종 전시장 같았다.
입국심사를 마치자 공항 곳곳에서 낯익은 한국 기업 로고가 취재진의 눈을 사로잡았다. 특히 라고스 공항 안에 설치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LCD TV들이 경쟁적으로 고화질을 뽐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가슴이 뿌듯했다.
한국 기업에 대한 뿌듯함은 라고스 시내에 들어서면서 점점 부풀어 올랐다. 시내로 향하는 고속도로 입구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의 큼지막한 광고판이 자리를 잡고 있었고 길거리에서는 '현대'와 '기아' 로고가 새겨진 한국 차들이 자주 눈에 띄었다. 건물 베란다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들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로고가 선명했다.
이제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우리 기업들에 새로운 기회의 땅이다. 특히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우리 기업들에 아프리카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유럽과 북미 등 선진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데다 '세계 경제의 엔진'인 중국마저 한풀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강한 성장잠재력을 지닌 아프리카를 향하는 우리 기업들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
◇'품질ㆍ디자인ㆍAS' 3박자의 조화=지난달 찾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번화가 베드포드뷰 거리의 현대자동차 매장에는 월요일 이른 오전 시간임에도 고객들의 발길이 끊이지를 않았다. 이날 현대차 '투싼'의 구매계약을 한 로쏘씨는 "그동안 일본의 닛산 자동차를 타다가 오르막에서 자꾸 차가 뒤로 밀려 고민하던 중 지인들의 추천으로 현대차 매장을 찾았다"며 "실제로 타보니 품질은 물론 디자인까지도 마음에 쏙 든다"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아프리카에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기업의 제품경쟁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정평이 나 있다. 유다 유수프 나이지리아 라고스상공회의소 사무총장은 "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 등 한국 기업의 제품은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특히 품질뿐 아니라 디자인도 뛰어나 젊은 소비자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가 폭스바겐과 아우디ㆍ포드 등 쟁쟁한 글로벌 메이커들을 제치고 남아공 자동차기자협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차'에 뽑혔다. 이에 앞서 올 1월 현대차 '아반떼'는 그동안 도요타 '코롤라'가 독식해오던 '나이지리아 올해의 차'에 선정되기도 했다. 더욱이 이들 국가의 자동차 수요가 아프리카 전체 시장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실공히 아프리카 최고의 자동차로 인정받은 셈이다.
판매 이후의 서비스도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LG전자는 AS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최근 케냐법인과 별도로 현지에 서비스법인을 설치했다. 김정진 LG전자 케냐법인장은 "LG 에어컨이 현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비결은 '비포서비스'와 '애프터서비스'를 모두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를 위해 LG 에어컨디셔닝 아카데미를 만들어 현지 기술자들을 대상으로 이론 및 실습강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일 현지인 기술자조차도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경우 한국인 기술자가 즉각 투입된다. 케냐법인 관계자들의 명함 뒤쪽에 고객센터 전화번호가 적시돼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철저한 현지화로 소비자 지갑 연다=한국 기업이 아프리카에서 새로운 성공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데는 철저히 현지 소비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한몫 했다. 삼성전자의 아프리카 공략 키워드는 '아프리카를 위해 만든다'는 뜻의 '빌트 포 아프리카(Built For Africa)' 전략이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의 각 사업부 기술개발 인력들은 아프리카 소비자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이들이 진정 원하는 제품개발에 매달렸다.
그 결과 탄생한 제품이 불안정한 아프리카의 전력 사정을 감안해 순간적인 전압 변화에 견딜 수 있게 내압 기능을 강화한 '서지세이프 TV'와 전기가 끊겨도 3시간 이상 냉기가 지속되는 '듀라쿨 냉장고', 열ㆍ습도ㆍ전압 불안정에 강한 '트리플 프로텍터 에어컨' 등이다. 특히 서지세이프 TV가 지난해 출시되자마자 바로 연이은 분기의 TV 판매량이 직전 분기 대비 2배 이상 뛰어올랐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는 현재 아프리카 TV 시장점유율 38%를 차지하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밖에 나이지리아의 유명 프로듀서 겸 가수와 손잡고 만든 오디오와 태양광으로 바로 충전 가능한 넷북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신진욱 삼성전자 서부아프리카법인장은 "전세계 가전시장에서 지금의 선두자리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떠오르는 시장인 아프리카에서 일본이나 중국 등 경쟁기업보다 더 빨리, 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며 "조만간 동부ㆍ서부ㆍ남부아프리카에 각 1~2개씩의 법인이나 지사를 추가로 더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들어 케냐 지점을 법인으로 승격하고 모리셔스 분소를 추가하면서 1개 총괄(남아공), 3개 법인(남아공ㆍ나이지리아ㆍ케냐), 4개 분소(가나ㆍ세네갈ㆍ수단ㆍ모리셔스)로 현지 사업거점을 확대 개편했다. 7월 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온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오는 2015년까지 아프리카에서 TV와 가전 매출을 지금의 4배까지 늘리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LG전자도 아프리카의 불안정한 전력 사정을 감안해 전기 코드를 뽑아도 90분가량 시청이 가능한 TV 등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는 등 현지밀착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LG전자는 모기가 싫어하는 이온 성분이 분출되는 '안티 말라리아 에어컨'도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서강석 KOTRA 나이로비무역관장은 "삼성전자, LG전자, 현대ㆍ기아차 등 이미 여러 대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해 성과를 올리고 있지만 여전히 아프리카는 우리 기업들에 무궁무진한 사업기회가 열려 있는 곳"이라며 "단순 판매를 넘어 현지 생산설비를 구축하는 등 보다 공격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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