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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적자 극복할 수 있다(사설)

무역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연간규모로 사상 최대인 2백4억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 1월에도 월간규모로 최대인 35억달러를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월간규모로는 87년 1월이후 최악의 적자이며, 93년 한해의 무역적자 15억달러에 비하면 얼마나 큰 규모인 지를 알 수 있다. 물론 1월중 한보부도와 노동법파업 등 특별한 사유가 있었다고는 하나 작금의 국내적 경제상황에서 낙관적인 구석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원화의 달러당 환율이 8백59원을 넘어서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들어 1.6%가 떨어졌다. 업계에서 일찍부터 환율의 인상을 끈질기게 요구했던 것에 비추면 정책의 실기라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미국의 돈 부시 교수는 원화의 대달러 환율을 9백35원대로 제시한 바 있다. 만약 원화가치가 9백39원대로 떨어지면 국민소득 1만달러시대는 9천달러시대로 역진할 것이다. ○원화절하보다 빠른 엔저 경쟁상대인 일본의 엔화가 달러당 1백22엔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4년만의 최저치이며 올들어서만도 4.2%가 하락했다. 엔화의 가치하락은 일본상품의 국제경쟁력이 그만큼 강해짐을 의미한다. 일본기업은 엔화 환율이 1엔 떨어질 때마다 0.4%의 순이익이 증가한다고 하니 경영이 그만큼 여유로워지는 것이다. 미래에 대비하기를 잘하는 일본기업들은 엔화 가치하락으로 얻게되는 이익을 연구개발 등에 재투자할 것이다. 우리와의 격차가 점차 커지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올들어 원화와 엔화의 절하폭은 원화 1.6%절하에 엔화 4.2%절하로 격차는 2.6%포인트나 된다. 엔화가 약세를 지속하는 원인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에 기인한다. 그리고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가 벌어지면 벌어질수록 전세계의 유동달러가 미국으로 유입돼 무역적자에서 생긴 외환부족 현상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 물론 언제까지 이런 현상이 지속되는 것은 아니나 미국경기가 하강추세로 돌아서면 달러를 약세로 만들어 수출을 강화함으로써 국내경기를 부추길 수도 있다. 이런 정책은 거대한 시장을 갖고 있는 미국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기초다지는 중기대책을 엔화 약세로 인해 벌써 자동차 철강등 우리의 수출주력 상품이 국제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선진국들과는 다르게 우리 상품은 한번 시장을 상실하면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우리를 더욱 곤경에 빠뜨린다. 수출이 부진하니 실업률이 28개월만에 최고로 올라가 실업자가 48만명 가까이 되었다. 어떻게 대응책을 세워야 할까. 방안은 있다. ○확신에 찬 리더십 절실 거시적으로 볼때 한국의 인구구성은 선진국과 비교하면 아직 젊다. 우리는 과거 70년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도 고도성장을 이룩한 소중한 경험을 갖고 있다. 정부는 성장속도를 떨어뜨려 수입수요를 감소시킴으로써 단기간내에 무역수지를 개선시키기 보다는 중기적인 대책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기초체력을 다져야 한다는 말이다. 사회간접자본을 충실히하고 인플레를 안정시켜 금리와 임금도 안정시켜야 한다. 기업에 부담이 되는 규제를 대폭 개혁해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은 경비를 줄이고 연구개발과 종업원 교육훈련을 통해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근로자와 경영자는 이해의 폭을 넓혀 협조적으로 난국을 극복해야 한다. 가계 또한 내핍과 절약을 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입이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사실 우리 정도의 소득수준에서 우리만큼 사치성 소비재수입을 많이 하는 나라는 드물다. 이는 방치돼서는 안된다. 우리인구는 세계 24위 수준인데 에너지 소비는 세계 4위이다. 활어의 수입액은 연간 2억달러나 된다. 이런 사치와 낭비는 줄여야 한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이 근검절약하면 티끌모아 태산을 이루듯 경제를 살릴 수 있다. 우리 경제가 회생되면 오늘보다 더 많이 수입할 수도 있다. 그때를 위해 당분간 자제해야 한다는 말이다. 교역상대들도 우리의 사정을 이해할 것이며 중기적으로는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운동은 어디까지나 민간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개입할 권리도 없고 그럴 입장도 아니다. 경제는 사람에 의해 운영된다. 잘 된다는 확고한 믿음으로 끌고가면 경제는 잘되게 마련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확신과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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