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법원이 애플에게 '삼성전자의 태블릿PC가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공고문을 게재할 것을 명령했다. 이번 조치는 오는 30일 미국에서 열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본안소송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18일(현지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영국 특허법원의 콜린 버스 판사는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탭(사진)이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베꼈다는 인식을 정정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6개월 동안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내용을 애플 영국법인의 홈페이지에 게재하고 파이낸셜타임스, 데일리메일, T3, 가디언 모바일 매거진 등 영국 신문과 잡지에도 같은 내용을 공지하라"고 지시했다.
영국 법원의 이번 조치는 지난 9일 삼성전자의 갤럭시탭이 애플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모방하지 않았다고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버스 판사는 "소비자들이 디자인 때문에 갤럭시탭과 아이패드를 혼동할 우려가 없다"며 애플의 주장을 기각했다.
애플은 영국 법원의 이번 판결에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홈페이지와 영국 매체에 공개적으로 삼성전자를 광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애플 측 변호인인 리처드 헤컨 변호사는 "어떤 회사도 자사 홈페이지에 경쟁사를 언급하고 싶어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법원의 이번 결정은 애플로 하여금 삼성전자를 위한 광고를 실으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오는 30일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본안소송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열린 재판과 달리 영국 법원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에 이어 사실상 처음으로 애플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판결을 보면 상대적으로 유럽 법원은 삼성전자에게 관대했고 미국 법원은 애플에게 유리한 입장을 보여왔다"며 "세계 최대 IT시장인 미국에서의 본안소송을 앞두고 양측의 신경전이 한층 달아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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