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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6월 '2015년 제2차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위원회 정례회의'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 정부가 수입 화장품에 '오버라벨링'을 금지하는 규정을 시행하려 했는데 우리 정부의 항의로 이를 철회한 것이다. 오버라벨링은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관행으로 수입국 규정에 따라 화장품 제품 정보를 표시하기 위해 표면에 스티커 형태로 부착하는 제도다. 만약 중국 정부가 오버라벨링을 금지했다면 국내 화장품 업계는 중국 수출용 제품을 별도로 제작해야 해 추가 비용 지출로 큰 피해를 입을 수 있었지만,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미리 막을 수 있었다.
#2. 2014년 10월 브라질은 수입 발광다이오드(LED) 램프에 대한 안전과 성능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WTO에 통보했다. 국내 LED 업계는 안전 인증을 획득하는 데 시간과 비용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업계의 애로사항을 접수한 후 WTO에 공식서한을 보냈고 브라질 당국에 최소 1년 이상 규제 시행을 유예할 것을 요청했다. 이후 브라질은 공식회신에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시행유예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브라질 수출 비중이 높은 국내 LED 업체는 한숨을 돌리게 됐다.
최근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TBT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면서 이에 대한 대응 체제를 구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TBT가 상품은 물론 생산공정과 표시방법, 심지어 제품 소비 이후의 폐기와 관련된 모든 기술규정과 표준까지도 규제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만큼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효율적인 대응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WTO 회원국들이 자국에서 기술 규제를 신설하거나 개정하는 경우 문서로 WTO에 제출하는 'TBT 통보문' 숫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늘고 있다. 국가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902건이었던 TBT 통보문 수는 2010년 1,874건으로 늘어났고 지난해에는 2,239건까지 증가해 WTO 출범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또 지난 1995년 4건에 불과했던 특정무역현안(STC)은 매년 늘어 2012년 최고치인 94건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85건이나 제기됐다. 특정무역현안이란 WTO에 통보됐거나 통보되지 않은 TBT가 자국의 수출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역상대국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TBT가 실질적인 무역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제대식 국가기술표준원장은 "최근 신흥시장인 중동과 중남미를 중심으로 수입품에 대해 안전 시험이나 라벨링 규제를 도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TBT에 맞서 국내 수출기업과 협회·단체, 정부기관 등이 협력해 미리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정부는 원활한 TBT 대응 업무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TBT 중앙사무국'을 설립한 데 이어 2013년에는 TBT 대응 강화 뿐만 아니라 국내 기술규제의 개선을 위해 '기술규제 대응국'도 신설했다. TBT 중앙사무국은 TBT 포털과 업종별 단체를 통해 각국의 TBT 통보문을 업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한다. 또 기술규제와 통상 전문기관 등을 활용해 통보문을 분석, 이들 규제가 우리나라 수출에 장애로 작용한다고 판단되면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 외교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상대국의 TBT 담당 창구에 우리 요구사항을 공식 서한으로 전달하고 양자회의나 WTO 위원회 등 다자회의를 통해 우리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협의를 진행한다.
지난해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에콰도르 등과 LED램프 에너지 효율규제, 타이어 효율 규제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일부 국가와는 합의를 도출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이 밖에 TBT 중앙사무국은 산업분야별 18개 협·단체, 기업, 시험기관으로 구성된 'TBT 대응 컨소시엄'을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으며 WTO에 보고되는 TBT 통보문과 통보되지 않은 해외기술규제를 번역·분석해 수출기업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오는 9월에는 국가기술표준원 주최, 한국표준협회 주관으로 서울에서 개최되는 제38차 국제표준화기구 총회(이하 '2015 ISO 서울총회')는 TBT 대응활동에 필수적인 국제협력 기반을 공고히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평가되고 있다. 전 세계 주요 국가들이 자국이나 민간단체의 표준을 기초로 무역규제기준을 만드는 경우가 많아 무역분쟁이 심화하고 있는 만큼 ISO의 국제표준을 국제무역규범으로 활용하도록 권고한다면 무역마찰이 상당 부분 줄어들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서로 다른 표준으로 인해 무역분쟁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ISO의 '국제표준'이 기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무역마찰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또 우리 기업의 수출 애로 발생시 대부분 해당 국가와 양자협의를 통해 해소되는 사례가 많은 만큼 우리나라에서 개최되는 ISO총회를 통해 각국의 표준화 기관 대표들과 네트워킹을 강화함으로써 TBT 대응역랑이 한층 더 공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앞으로 더욱 정교한 TBT 대응 시스템을 마련하는 데 힘을 쓴다는 방침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최근 TBT 통보문 뿐만 아니라 WTO에 통보되지 않은 미통보 규제로 인해 우리 기업들이 해당 규제에 미리 대처하지 못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민·관 협업을 기반으로 해외 미통보 규제를 적극 발굴해 우리 기업들이 미리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며 또 다자·양자협의뿐만 아니라 현지를 직접 방문해 규제당국과 면담을 추진하는 방법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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