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당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5년 대통령 단임제에서 집권 중반기를 맞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하며 국회로의 권력 쏠림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국회가 가진 입법권과 예산·세법심의권, 국정감사·국정조사·특위·인사청문회 등 행정부를 견제하는 수단이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기획재정부 차관 출신인 류성걸 새누리당 의원은 "정부가 주요 정책을 수립하고 예산을 편성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막강한 힘을 갖고 있다"며 "하지만 당정청의 소통기능이 미흡해질수록 여론에 민감한 당과 국회가 나서 조정하고 통제하는 길로 가게 된다"고 말했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은 "역대 권력의 흐름을 보면 집권 중반까지는 현 권력에 줄을 서고 중후반부에는 차기 권력으로 힘이 쏠려왔다"며 "차기 권력이 숨어 있는 곳이 바로 국회여서 국회로 힘이 모이는 것"이라고 전했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최근 복지와 증세를 놓고 원점에서 공론화하자는 의견이 여야 모두에서 나오는데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국회가 이슈를 주도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국회가 커지는 권력에 맞춰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데다 특권과 '갑질'이라는 구시대적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지 못해 국민들의 불신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무료 항공 업그레이드를 당연하게 여기는 등 수십개에 달하는 특권을 누리는데다 기업이나 공공기관·금융사·정부를 상대로 한 갑질 논란도 국민의 불신을 자초하는 요인이다. 심지어 최근 대구에서는 모 여당 국회의원 가족이 대구 수성의료지구 산업용지를 싸게 특별분양할 것을 요구해 논란이 일었다. 의원뿐 아니라 보좌진과 국회사무처의 갑질도 만만치 않다.
때로는 검찰의 표적수사라는 지적도 있지만 의원들이 돈을 받고 입법로비에 휘말리는 것 또한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여론정치 가속화, 여야 차기 권력의 부상, 청와대 권력 약화, 국회 선진화법 등으로 의회 권력은 갈수록 커져 성숙한 국회를 만들기 위한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심지어 초등학생들에게도 선생님이 '국회의원은 나쁘다'고 얘기해 국회의원이라는 말이 욕으로 통할 정도로 국민들 사이에 국회와 정당·의원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상태"라며 "과거 통법부에서 벗어나 진정한 3권분립 시대로 가는 입장에서 국회는 덩치가 커진 만큼 성숙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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