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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도 "내가 국보급 비경" 저마다 자랑

푸르다 못해 검은 바다위 흩뿌려진 100여개 섬<br>'홍어동굴' 엔 유람선 드나들고 촛대바위등 기암괴석 손짓<br>일주도로 타고 돌다보면 '흑산도 아가씨' 노래 소리가…

흑산도 "내가 국보급 비경" 저마다 자랑 푸르다 못해 검은 바다위 흩뿌려진 100여개 섬'홍어동굴' 엔 유람선 드나들고 촛대바위등 기암괴석 손짓일주도로 타고 돌다보면 '흑산도 아가씨' 노래 소리가… 배는 안개낀 다도해의 검은 바다를 헤치며 빠른 속도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도초-비금도를 가로 지르는 다리 밑을 지나면서 둔탁한 소리와 함께 한쪽 엔진이 꺼지고 말았다. 태풍이 훑고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배를 띄워 서해의 용왕이 화라도 내신 건가. 배는 그럭저럭 절름발이 신세로 흑산항에 도착했다. 흑산도 하면 먼저 홍어가 떠오른다. 연간 300마리 정도밖에 잡히는 수가 워낙 적은 홍어는 한때 100만~200만원씩을 호가, 일부 특정계층만 맛볼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수확이 다소 회복되고 외래산 수입이 늘면서 마리당 40~50만원대로 떨어졌다. 그래도 겨울철(12~4월)이 제철인 홍어는 여름철엔 여간해서 구경하기 어렵다. 흑산도는 10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섬들의 집합체. 관광지로 유명한 홍도도 흑산도의 한 부속도서다. 동백나무, 후박나무 등 잎이 두터운 아열대성 활엽수가 짙은 숲을 이뤄 해를 가리기 때문에 섬의 이름이 흑산도이다. 흑산도의 인구는 6,000여명. 다른 농어촌과 마찬가지로 최근 들어 인구가 급격히 줄었지만 어업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은 여전하다. 날씨가 나빠지면 인근의 배들이 몰려 드는 피항지 구실도 한다. 흑산도 여행의 백미(白眉)는 유람선을 타고 주변 섬들을 도는 해상관광. 기암괴석들은 해안 절벽에 갖가지 형상을 그려 내며 33가지 절경을 연출해 놓았다. 썰물 때는 걸어서도 접근이 가능한 칠성동굴은 그 옛날 ‘해상왕’ 장보고가 악천후를 피해 잠시 쉬며 해신제를 지냈던 곳이다. 높이 50여미터의 돛대바위는 육중하고 잘 생긴 외모에 멀리서도 식별이 가능해 장보고와 그의 선원들이 이를 등대 삼아 항해를 했다는 일화가 전해 내려온다. 또 바닷물이 침식해 만든 홍어동굴은 마치 홍어와 같이 생긴 커다란 아가리에 100톤급 유람선이 여유 있게 드나든다. 이 밖에도 여기저기 흩어진 섬들 주변엔 학바위, 원숭이바위, 촛대바위 등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저마다의 자태를 뽐낸다. 망망대해 한 가운데 섬 생활의 애환은 이제 섬 이곳 저곳에서 눈에 띄는 당산나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지금도 가끔 마을의 수호신이나 해신에게 제사 지내는 이 곳은 흑산도를 비롯해 주변 섬들에 15개 정도가 남아 있다고 한다. 흑산도 일주도로를 타고 가다 ‘흑산도 아가씨’ 가 새겨진 노래비 앞에 서면 야경으로 유명한 용머리재의 구불구불 용트림하는 듯한 형상을 굽어 볼 수 있다. 흑산도는 수산자원과 아열대성 특이 식물의 보고(寶庫)다. 이곳에는 120여종의 풍난이 자생하며, 인근 해역에는 국내 전체 어류 종(種)의 80%가 서식하고 있다고 한다. 그 유명한 영광굴비도 이곳 흑산도 근해에서 잡은 것을 가져 다가 말린 것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정약용의 형 정약전은 이곳에 유배와 있는 7년 동안 주변에 서식하는 2,200여종의 어류들을 채집, ‘자산어보’라는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도감을 펴내기도 했다. 흑산도 주변의 섬들 중 최고의 경관을 자랑하는 곳은 홍도. 홍도는 1965년 아예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됐다. 변성암의 일종인 규암이 오랜 세월 거센 파도와 비바람에 씻겨 만들어진, 붉은 색을 띤 기기묘묘한 바위들은 흑산도의 그것과 달리 더욱 여성적인 섬세함과 정교함을 자랑한다. 여의도 두 배만한 크기에 400여명이 주민들이 연간 15만명에 달하는 여행객들을 상대로 오로지 관광 하나에만 매달려 사는 점도 흑산도와 다르다. 그러나 천연기념물과 국립공원으로 2중의 규제를 받고 있는 홍도는 낡은 민박들과 자연경관을 헤치는 마구잡이식 돌제ㆍ방파제 공사로 보는 이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돌아오는 길에 만난 한 여행객은 “홍도의 수려한 자연경관은 국보급이지만 지붕 없는 박스형의 콘크리트 건물은 이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자연과 인공의 건축물이 잘 어울리는 풍광을 만든다면 여행객들로부터 더욱 사랑 받는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메모] ◇찾아 가는길=목포까지 자동차나 기차를 이용한다. 최근 개통된 고속전철(KTX)를 타면 3시간 20분 걸린다. 경부선 구간은 300km/h나 호남선 구간은 아직 일반철도 속도다. 목포 여객선 터미널에서 동양고속(061-243-2111)이나 남해고속(244-9915)이 운영하는 쾌속선을 타면 흑산도까지 2시간, 홍도까지 2시간30분 걸린다.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 소흑산도(가거도)는 흑산도에서 1시간 더 남쪽에 있다. ◇음식 및 숙박=흑산도에 축협이 직영하는 1박5~6만원짜리 비치호텔(061-246-0090)이 최근 개洋煞? 남도장(275-9003), 산호장(275-9393) 등이 있다. 홍도의 여관ㆍ민박시설은 최대 2,0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흑산도ㆍ홍도 전문여행사인 우리여행사(1566-1134/02-733-0882)와 세일여행사(061-242-9225)가 KTX를 타고 가는 2박3일 패키지 투어를 1인당 20~25만원에 판매중이다. ◇둘러 볼 곳=흑산도 내륙을 도는 일주관광은 지프형 택시나 하루 6만원짜리 렌터카를 이용한다. 섬 곳곳에 장보고, 정약전, 최익현 등 3대 선인(先人)을 기리는 유적지가 있다. 해상 관광은 별도의 유람선(061-275-9115)을 이용한다. 홍어가 많이 잡히는 다물도와 그 주변을 도는 1코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며, 그 밖에 영산도를 도는 2코스, 흑산도 주변을 일주하는 3코스가 있다. 홍도는 해상관광만 가능하다. 흑산도(글ㆍ사진)=강동호기자 eastern@sed.co.kr 입력시간 : 2004-07-15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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