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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환희 모두 거두고 아듀 1999 !

1999년 12월31일. 시민들은 금세기의 마지막날이자 새로운 천년을 하루 앞둔 이날을 이런 감정으로 맞았다. 과거에 대한 아쉬움과 새 천년에 대한 희망이다.영광과 오욕, 희망과 좌절, 고통과 환희의 역사로 점철된 연대(年代)의 마지막날. 그래서 이날 떠오르는 해를 대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이렇게 복잡미묘하며 저마다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는 과거에 대한 안타까움과 미래에 대한 기대가 동시에 배어 있다. 『남보다는 늦었지만 한해가 가기 전에 직장을 얻어 다행입니다. 홀가분한 마음으로 새 천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년간의 취업재수생 딱지를 떼고 최근 한 중소업체에 자리를 잡은 김대영(金大永·31) 씨는 새 천년의 가장 큰 희망은 『착한 아내를 얻는 것』이라며 웃는다. 『평생 잊을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이죠. 하지만 나만 슬픔을 간직한 것은 아니겠죠. 새 천년엔 이 세상에 슬픔없는 아름다움만 가득하길 기원해 봅니다』. 지난 95년 삼풍백화점 사고로 아들을 잃은 어느 유가족의 말이다. 그는 과거의 아픔을 새 천년에도 고스란히 짊어지고 가야 할 사람이다. 고향이 함경남도 함흥인 이창명(李昌明·87) 옹은 『고향에 가 보지 못한 채 새 천년을 맞게 된 것이 안타깝다』며 『하지만 죽기 전에 반드시 통일을 이룰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李옹은『통일이 되면 제주도에 갖고 있는 감귤농장의 귤을 한배 가득 싣고 가서 고향사람들에게 실컷 나눠 주고 싶다』는 소박한 꿈을 밝히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소기업 사장인 박현구(朴賢求·57·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씨는 『지나온 2년이 너무 힘들었다』고 회고한다. 기아자동차 사태 등으로 한때 부도위기를 맞기도 했던 그는 『경기가 회복되고 있어 다행』이라며 『새 천년에는 빚없이 회사를 꾸려나가 봤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의 고계현 정책실장은 『국민이 배신감을 느끼는 정부는 더이상 국민의 사랑을 받을 수 없다』며 『새 천년에는 국민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인간미 넘치는 정부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새 천년의 희망을 피력했다. 『새벽 일출을 보러 동해안으로 떠나요. 남편과 쌍둥이 아들들, 그리고 제 소망을 거기 담으러요. 새 천년에는 행복한 일만 가득했으면 좋겠어요』. 주부 김소영(金素英·28·동작구 사당동) 씨 역시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을 밝힌다. 이 소망은 비단 그녀만의 것은 아닐 게다. 한 세기를 마감하는 마지막날은 이 땅의 모든 사람들이 새 천년 첫해에 거는 기대로 충만하다. 1999년 12월31일. 지는 해를 바라보며 서로를 위로하고 감싸안는 날로 만들어 봄직하다. 정두환기자DHCHUNG@SED.CO.KR 홍수용기자LEGMAN@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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