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오후6시 무렵. 금융위원회 국장급 이상 간부들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의 호출을 받고 급히 5층 위원장실로 달려갔다. 예정된 간부회의도, 그렇다고 촌각을 다투는 보고사항도 없었다. 그랬기에 호출된 간부들은 사뭇 긴장했다. 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금융위가 작업 중인 서민금융 종합대책과 관련해 질책과 당부 사항을 일일이 전달했다는 후문이다. 안심전환대출이 총 34조원이나 나가면서 상대적으로 형편이 더 열악한 서민 대책이 없다는 형평성 논란이 빚어진 탓에 임 위원장부터 관련 대책에 바짝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임 위원장은 가장 먼저 금융위 내 부서 간 업무 칸막이부터 없애라고 지시했다. 주무 부서가 아니라고 소 닭 보듯 하지 말고 서민금융 대책을 자기 일처럼 적극적으로 챙기라는 얘기였다. 임 위원장은 "피부에 와 닿는 서민금융 종합대책을 만들려면 서민금융과 하나로는 한계가 있다"면서 "서민금융은 크게 보면 모든 부서와 연관되는 만큼 국·과 경계를 두지 말고 모두 내 일처럼 접근해달라"고 주문했다고 한 참석자가 말했다. 임 위원장은 특히 고승범 사무처장이 서민금융 대책과 관련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을 것도 지시했다는 전언이다
확정되지 않는 대책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주의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문서 보안령'이다. 금융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논의 단계에 있는 대책이 마치 최종안으로 둔갑해 입길에 오르내리면 혼선만 가중되고 자칫 당국이 여론에 따라 흔들리는 듯한 모양새로 비칠 수 있다"며 "위원장의 당부도 이를 의식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임 위원장은 7일 국회 정무위원회 보고를 통해 "신용등급별로 대출금리 등 금융 부담과 주거비용 지원을 차등화하는 서민금융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심전환대출이 매년 1조원의 가계부채 감축과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 비중을 7~8%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지만 원리금 상환 능력을 전제로 하는 만큼 저소득 서민층의 부채 부담 완화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앞으로는 서민·취약층 부채 문제에 정책적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임 위원장은 자활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일어설 수 있도록 부처 간 협업 방식으로 지원제도를 개편하고 긴급 생계대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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