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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수입재개 합의 이후 처음으로 들어온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정부가 “수입 위생조건을 위반해 전량 반송 혹은 폐기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뼈 없는(Boneless) 살코기’ 논쟁으로 한미간 쇠고기 전쟁이 재점화될 전망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출범의 4대 선결조건 중 하나로 알려진 쇠고기 수입재개 약속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함에 따라 미측은 한미 FTA 협상에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 분명하다. 이에 따라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 재개, 한ㆍEU(유럽연합) FTA 대안론 등으로 제기된 한미 FTA ‘속도조절론’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산 쇠고기 왜 불합격됐나=지난 1월 한미 양국은 쇠고기 수입재개 위생조건으로 살코기에서 척수 신경절 등 광우병 위험 물질이 발견되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중지하고 뼈조각 등 단순 이물질이 나오면 해당 미국 작업장에 대해 수입중단 조치를 취하고 해당 물량을 반송 혹은 폐기하기로 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24일 지난달 말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 8.9톤에 대한 X레이 이물질 검출기를 통한 검사 도중 두 덩어리의 살치살 사이에서 ‘4㎜×6㎜×10㎜’ 크기의 뼈조각을 발견했다. 양국간 합의 사항을 미측이 위반한 것이다. 쇠고기 수입업체 측도 위생조건을 잘 알고 있어 세심한 신경을 기울였지만 미국 쇠고기 수출작업장의 구조적 문제까지 해결할 수는 없었다. 미 작업장은 기계톱을 이용해 쇠고기를 절단하고 있어 작은 뼈조각이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인건비가 높은 미국에서 절단작업을 수작업으로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안전성이 검증될 때까지 수입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서는 전량 X레이 검사를 거치기로 해 추가 수입물량 역시 검역과정에서 불합격 처리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는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추진하기도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뼈 없는 살코기’ 논쟁 불붙는다=우리 정부는 미측에 수출 쇠고기의 안전을 강화하라고 요구했지만 미측은 오히려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수입재개 합의조건 중 ‘뼈 없는’ 부분을 한국 측이 말 그대로 엄격하게 적용해 사실상 수입재개를 막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방한한 미 농무부 고위관계자는 일정 수준 이하의 작은 뼈조각이 포함되는 것은 허용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미한 뼈조각이라도 포함되면 수입물량을 반송할 수 있는 현재 기준으로 인해 미국 쇠고기의 대한국 수출이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미국이 엄격한 기준을 완화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달려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광우병 쇠고기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도 수입재개 조건을 완화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양국간 ‘뼈 없는 살코기’ 논쟁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위생검역 조건과 별도로 한미 FTA 협상에서 미측이 요구하고 있는 쇠고기 관세(40%) 철폐 압력도 오는 12월 4차 협상에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쇠고기 위생검역 조건 완화, 한미 FTA를 통한 쇠고기 관세 철폐 등 농산물시장 개방 등 미측 요구가 강해질수록 한미 FTA에 대한 속도조절론은 부각되고 있다.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은 “한미 FTA 협상을 내년 3월까지 타결하기로 시한을 설정하면 협상이 불리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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