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이폰 디자인은 소니 것" 직격탄
애플 "해당 디자이너 퇴사… 관련없어"특허 본안소송 첫날부터 치열한 신경전배심원 선정 연기 등 재판 순탄치 않을듯
이지성기자 engine@sed.co.kr
"애플이 독창적이라고 주장하는 '아이폰'의 디자인은 소니로부터 온 것이다. 따라서 이번 소송에서 해당 디자이너를 소환하는 것은 필수적이다."(삼성전자)
"애플이 소니에서 디자인을 가져왔다는 내용을 삼성전자가 변론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 해당 직원은 이미 퇴사했기 때문에 이번 사안과 관계가 없다."(애플)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에서 열린 특허 본안소송 첫날부터 치열한 신경전을 펼쳤다. 미국 법원은 양측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자 배심원 선정까지 연기해 이번 재판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5층 1호 법정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미국 특허소송에 대한 본안소송 심리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애플이 스티브 잡스를 활용해 '인기 경연'에 나서려 한다"며 "지난해 사망한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의 사진을 배심원에게 보여주는 것은 재판의 공정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애플 측 변호인단은 "애플이 '아이폰'의 디자인을 소니에서 가져왔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날 심리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디자인 담당 직원인 니시보리 신과 접촉하기 위해 1년 넘게 그를 추적해왔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일본 출신의 디자이너인 니시보리는 마쓰시타전기공업에서 근무하다 2002년 애플로 옮긴 뒤 10년 동안 애플의 신제품 개발에 깊이 관여해왔다. 그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이 불거지자 이달 초 애플을 퇴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전자는 아이폰의 디자인이 독창적인지 검토하려면 니시보리를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애플은 이번 재판과 상관없는 인물이라며 반박했다. 니시보리도 이날 변호사를 통해 소환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법원은 삼성전자와 애플에 니시보리를 증인으로 세울 수 있도록 협의할 것을 명령해 니시보리의 법원 출석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원은 이날 74명의 배심원 후보 중 남자 7명과 여자 3명을 배심원으로 최종 선정했다. 재판부는 배심원 후보자를 선정하면서 "삼성전자나 애플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습니까?" "현재 쓰고 있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는 어느 회사의 제품입니까" 등을 질문하며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 10명의 배심원단은 앞으로 4주 동안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ㆍ금요일(8월 셋째주는 매일)에 열리는 공판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변론을 청취한 뒤 평결을 내릴 예정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애플의 안방인 미국에서 재판이 열린다는 점에서 삼성전자는 조기에 기선을 제압하려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인 채택을 둘러싼 양측의 힘 겨루기는 향후 진행되는 심리에서 한층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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