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이 9일 양적 통화완화 정책의 종료를 선언하면서도 당분간 ‘제로 금리’를 유지하기로 해 당장 국내 산업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기업 수출에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엔화 환율이 이번 결정으로 급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화완화정책 종료를 계기로 금리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있어 중장기적으로 원ㆍ엔화 강세에 따른 파장이 예상된다. 구본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양적 완화를 해제했다고는 하나 적어도 연말까지는 금리가 오르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시장에 어느 정도 심리적인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실물경제의 움직임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도 “양적 완화 정책 종결은 당초 예상됐던 일인데다 금리인상은 내년께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기업들의 수출환경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날 정책 결정은 일본 경기에 대한 인식과 그에 따른 통화정책기조 변화를 의미하는 조치인 만큼 중장기적으로 기업 경영여건에 적잖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산업계에 ‘약’이 될지 ‘독’이 될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는 실정이다. 긍정적인 시나리오에 따른다면 이번 정책 결정이 일본 경기회복을 선언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진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기업들의 수출환경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고유선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자금이 일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엔화 가치가 상승하면 그동안의 원화 절상이 완화된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들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특히 대일 수출비중이 높은 가전ㆍ자동차업계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양적 완화정책 종결이 기껏 회복세로 돌아선 일본 경기를 다시 둔화시키면서 국내 기업 수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결정으로 일본 내수경기가 다시 타격을 받으면서 최근 늘어나고 있는 대일 수입 증가세가 다시 하락 반전하고 엔화 역시 약세로 돌아서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경쟁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 또 일본의 저금리 자금으로 국제 상품시장에 투자된 자금의 환매사태까지 벌어질 경우 부작용이 일파만파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일본 금리 인상으로 엔화와 더불어 원화가 동반 강세를 보일 경우 대외수출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