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내홍’ 신당론 불길 휩싸여

소장파 "탈당→공천자 중심 창당" 군불주류측, 난색… `두 나라`로 쪼개질수도

최병렬 대표 퇴진을 둘러싼 내홍의 불길이 잦아든 한나라당에 이번엔 신당 창당의 불길이 번져가고 있다. 한나라당내의 이 같은 논의는 민정 민자 신한국당으로 간판을 바꾸면서 이어져온 보수정당의 법통을 모조리 내던지고 전혀 새로운 당을 만들자는 움직임이어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신당 논의는 김덕룡 의원이 처음으로 띄웠다. 김 의원은 23일 곧 있을 전당대회서 뽑힐 새 대표를 아예 창당준비위원장으로 선출하고, 이 사람을 중심으로 새 당을 만들자는 2단계 창당론을 냈다. “신당을 통해 건전 개혁보수세력을 다시 끌어들이고 건강한 합리적 개혁성을 접합해 수구부패ㆍ차떼기 등의 한계를 탈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새로 바뀌는 정당법 개정안에 따르면 창당 과정은 이전보다 매우 쉽다”며 총선 이전 창당 로드맵까지 제시했다.

때맞춰 이날 구당모임 의원들도 모임을 갖고 제2창당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신당 창당을 주창하며 김 의원의 주장에 맞장구를 쳤다. 구당모임 의원들은 “제2창당 준비위원회를 즉시 구성하고 3월15일 이전에 창당하자”며 목표 일자까지 제시하고 이날 이상득 사무총장에게 결의사항을 전달했다.

구당모임 대변인 권영세 의원은 “당 해체를 공식 결의하고 탈당, 총선 공천자 중심으로 발기인을 구성한 뒤 주도세력이 교체된 전혀 새로운 신당을 만드는 것이 불가피하다는데 의견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이날 구당모임 안은 제2창당이라는 이름은 달았지만 사실상 당 해체 후 신당 창당 시나리오다.

이들은 불법대선자금 차떼기 등으로 갈 데까지 간 당 이미지를 전당대회를 통해 적당히 덧칠하고 리모델링하기 보다는 아예 허물고 새로 짓자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구당모임측은 당 해체 결의 후 원래 한나라당의 재산은 국고에 그대로 귀속시켜 불법대선자금을 갚자는 안도 내놓았다. 구당모임은 “이 같은 내용을 최 대표 등 지도부가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주류측의 표정은 썩 달갑지않아 보인다. 이상득 총장은 “그렇게 하기엔 시간이 촉박하다”며 고개를 갸웃댔고, 임태희 대표비서실장은 “최 대표 등 지도부도 당명, 정강정책, 인적구성을 모조리 바꾸겠다는데 동의하고 있다”며 “소장파가 주장하는 제2창당이 뭐가 다른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분당으로 가는 수순이 아니냐” “총선을 앞두고 신당 만드는 작업을 하다가는 자칫 당이 깨질 수밖에 없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신당을 둘러싼 지도부와 소장파, 제 정파간에 내홍 2라운드가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가능케 한다.

<이동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