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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에서 낯선 ‘BRICs’
입력2004-01-20 00:00:00
수정
2004.01.20 00:00:00
`브릭스(BRICs)`라는 단어를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검색사이트를 뒤져보았을 때, 지난 6개월동안 이 단어가 미국 주요언론에 한번도 사용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월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 두명이 지난해 9월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한 이 용어는 인도 총리를 감격시키고 러시아와 남미등에서도 인기지만 정작 탄생지 미국에선 거의 들어보지 못했다.
브릭스란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머릿 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다. 골드만 보고서의 골자는 중국이 2040년께 미국을 제치고 1위 국가로 성장하며, 2050년에는 브릭스 4개국의 경제력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등 지금의 선진 6개국(G6)의 합계보다 커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인도가 2030년에 일본을 능가,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찬찬히 읽어보면 숱한 허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브릭스 국가의 경제정책이 건실하게 유지되고, 불행한 일이 없어야 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보면 50년을 전제로 하는 것이 얼마나 허황된지를 알게 된다. 80년대 미국 경제를 추월할 것 같던 일본과 독일은 90년대에 장기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렸고, 핵 경쟁에서 미국을 넘어서던 소련의 일부인 러시아는 98년에 국가파산을 겪었다. 브라질도 지난해 여름 경제 위기로 빠지다가 대선후 룰라 다 실바 당선자가 미국을 찾아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만나 시장경제를 약속한 후 간신히 경제를 회생시켰다. 이머징 마켓에 소속해 있는 네 나라가 국제금융시장이 왜곡될 때엔 언제라도 붕괴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둘째, 중국과 인도, 브라질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의 주변부로 성장하고, 러시아도 세수의 40%를 차지하는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성장력을 회복하는 허약성을 안고 있고, 중국은 선진국 경제의 하드웨어, 인도는 소프트웨어 부문의 하청 공장화하면서 발전해왔다. 21세기 첫 세계불황을 맞으면서 선진국 기업들이 노동력의 이동을 꾀하면서 중국과 인도는 글로벌 기업의 방대한 노동시장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를 위해 만든 월가 투자은행의 리포트를 맹신할 필요는 없다. 90년대 초반에 월가에선 동아시아 국가를 `떠오르는 용`이라며 칭찬하다가 97년 이후엔 비난 일색으로 바뀌질 않았던가.
<뉴욕=김인영특파원 in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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