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로드가 열린다] ③ '글로벌 안방' 파고든다
유통도 'K파워'… 홈쇼핑·대형마트 등 亞 영토확장 잰걸음
조성진기자talk@sed.co.kr
지난달 21일 태국의 한 24시간 홈쇼핑 방송.
한국의 주방 브랜드인 ‘셰프라인’의 프라이팬을 소개하는 방송에서 쇼호스트가 프라이팬의 기능을 시연하는 모습을 지켜본 현지 방청객들이 탄성과 박수를 보냈다. 태국 홈쇼핑에서 방청객이 등장한 것은 처음이었다.
방청객 아이디어를 낸 것은 국내 홈쇼핑업체인 GS샵이다. GS샵은 자사 태국 방송인 ‘트루GS’에 한국의 쇼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방청객을 접목시켜 현지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 유통업체들이 한국적인 특성과 K팝 등 한류 문화에 대한 선호도를 앞세워 아시아권 시장을 중심으로 영토를 넓혀가고 있다. 국내 유통업체들이 해외시장의 유통망을 장악하면서 한국 상품의 대표 무역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국내 유통업체들이 현지에 자리잡게 되면 중소 협력업체들의 해외시장 판로를 뚫어줄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유통 한류 바람의 선봉에는 TV홈쇼핑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이 주요 무대다.
최근 트루GS의 하루 평균 매출은 4,000만원까지 증가했다. 개국한 지 3개월 남짓밖에 되지 않았고 한국 초기 홈쇼핑 판매 수준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게 GS 측의 설명이다.
GS샵은 최초 24시간 홈쇼핑 채널인 ‘홈샵18(HomeShop18)’을 통해 인도에서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기준 취급액이 1,000억원을 넘어섰으며 매년 무려 70%씩 성장하고 있다. GS샵은 앞으로 중국을 비롯 아시아 신흥국가로 꾸준히 진출할 계획이다.
CJ오쇼핑도 해외사업에 발 빠르게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ㆍ인도ㆍ베트남 등 4개국에 진출했다. 특히 지난해 초에는 유통 선진국인 일본에까지 발을 디뎠고 중국에서만 현재 상하이 등 3개 지역에서 홈쇼핑을 운영하고 있다. CJ오쇼핑은 오는 2013년에 해외 매출이 국내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형 마트들도 홈쇼핑 못지않게 영토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한국 대형 마트들은 창고형 점포를 선보인 경쟁업체들과 달리 백화점급 서비스와 매장 구성으로 현지인에게 고급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다.
대형 마트 중에서 해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롯데마트. 롯데마트는 해외 진출 4년여 만에 해외 점포 수가 국내 점포 수(95개)를 넘어섰다. 해외에서는 중국(95개)ㆍ인도네시아(28개)ㆍ베트남(2개) 등 해외에 125개 점포를 열었다. 롯데마트가 특히 강세를 보이는 곳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미 까르푸ㆍ월마트ㆍ데어리팜 등과 함께 대형 마트 빅4로 성장했다.
1997년 중국 상하이에 점포를 열며 해외 진출에 나선 이마트는 중국에서 18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중국 내 6개 점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해외 진출전략을 재편하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 말까지 하노이 1호점을 오픈해 베트남에 진출할 계획을 짜놓고 있다.
백화점도 질세라 롯데백화점이 글로벌화 전략에 적극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중국(베이징점ㆍ톈진점)과 러시아(모스크바점)에 해외 점포를 운영 중인데 이어 연내에 중국 톈진 문화중심점, 웨이하이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점을 새로 오픈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중국 심양점, 청두점, 베트남 하노이점을 차례로 출점할 계획이다.
한국 유통업체의 해외 진출 열풍은 국내 중소기업 제품의 세계화로 이어지는 시너지효과를 낳고 있다.
베트남 SCJ TV에서는 락앤락, 도깨비방망이, 해피콜 양면팬 등 한국에서 명성을 쌓은 중소기업 제품을 소개해 인기를 모았다. 전통 화덕을 이용하는 인도인에게는 한국 홈쇼핑에서 소개한 키친아트 직화오븐이 신선한 반응을 얻었다. 국내 중소기업 ㈜홈파워의 실내 빨래건조대는 인도에서 월 평균 판매량 5,000개를 기록하고 있다.
강희태 롯데백화점 상품본부장은 “협력업체들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서로 동반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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