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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에 재뿌리기인가
입력2002-05-21 00:00:00
수정
2002.05.21 00:00:00
개막일이 불과 9일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러야 한다는 것은 국민적 합의이자 당위이기도 하다. 그러기 위해 국민의 힘과 정성을 월드컵대회에 집중해야 함이 마땅하다.
산업계와 정치권에서 월드컵 기간동안 파업과 정쟁을 자제하자는 제안들이 나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국가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월드컵을 집단이기주의에 역 이용하려는 집단이 있다는 것은 유감스런 일이다.
민노총이 22일부터 139개 사업장에서 2만6,000여명이 파업을 강행키로 한 것은 그 중에서도 대표적이다. 월드컵파업은 손님을 불러놓고 주인이 싸움을 하는 꼴이다.
파업을 하더라도 단기간으로 그쳐 월드컵대회에 손상이 안가고, 산업피해도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이번 파업에 대규모 제조업체가 불참하고, 항공 지하철 등 월드컵 대회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사업장이 파업을 하지 않는 것은 노동계가 분별력을 발휘한 처사로 보고싶다. 관광 및 금융노련이 31일부터 파업을 예고하고 있으나 이 역시 그런 분별력이 발휘돼야 할 것이다.
산업현장의 파업과 함께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의 '파업사태'다. 16대국회는 오는 29일부터 제2기 의정활동에 들어간다. 이를 위해 25일까지 국회의장과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선임해 원구성을 마쳐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은 월드컵 기간 중에 치러질 지자체 선거의 승리를 위해 상대방 헐뜯기에 몰두하고 있다. 정당들은 지자체 선거 결과가 연말 대선의 향방을 좌우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공방은 더욱 가열되어가고 있다.
이한동 국무총리가 20일 정당을 순방하며 월드컵 기간동안 정쟁을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21일에는 한화갑민주당대표가 한나라당과 자민련에 대해 같은 요청을 하며 3당대표회담을 제의했다.
그런데 과거 같았으면 말만이라도 그러자고 할 법한 정쟁중단 제의가 이번에는 또 다른 정쟁의 빌미가 되고 있을 정도로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관계는 악화돼 있다. 정부와 민주당의 제의에도 정치적인 의도가 없지 않겠지만 대통령 아들들의 권력형 비리사건을 최대한 정치적으로 이용해보자는 한나라당의 정치적인 속셈이 뻔해 보인다.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한 공격이 정쟁이냐는 한나라당의 반박에도 일리가 없진 않으나 이 사건은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으므로 수사상황을 지켜보는 수준의 정쟁자제 요구는 합당하다고 본다. 정부와 민주당에서도 수사에 간여하는 듯한 언행이 나와서는 안된다.
정치권은 대신 손님맞이 차원에서도 월드컵 개막전에 원구성을 마무리 해야 할 것이다. 국회의장 선출과 관련해 이만섭 국회의장이 제안한 자유투표에 의한 선출은 국회의장의 당적이탈을 명문화한 개정 국회법 정신에도 부합되므로 실현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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