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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은 지금 집단도산 신드롬

09/13(일) 20:12『벼가 익어가는 들판을 보면 마음이 풍요로워야 하지만 빚갚을 생각을 하니 가을을 맞기가 겁이 납니다』 경남 진주시 압사리에 사는 최운현씨는 요즘 한숨의 나날이다. 최씨는 이웃 친구인 주모씨의 농협 빚보증을 섰다가 주씨가 파산하고 도주하는 바람에 주씨의 빚 1,500만원을 떠안았는데 이자가 불어 2,100만원이 됐다. 주씨가 사라지자 마자 최씨에게는 대출 독촉장이 날라오고 집과 땅에 가압류 조치가 내려졌다. 이번 연말에 자신의 빚까지 4,000만원을 상환해야 하지만 갚을 길이 없어 막막한 실정이다. 진주시 지수면 압사리와 압현리일대에만 1년새 빚에 못이겨 일가족을 데리고 야반도주한 집이 10여가구나 된다. 파산자들이 남긴 총부채액은 10억원이 넘고 연대보증인만 전가구의 절반인 70~80명이다. 또 연말을 못버티고 도주할 사람이 최소한 10명은 될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30가구에 불과한 조그만 마을인 압현리는 마을자체가 없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 2년새 10명이 파산하는 바람에 한가구당 평균 2,000만원씩 남의 빚을 떠안았다. 여기에 자신의 빚까지 합하면 연말에 갚아야 할 돈이 3,000만~4,000만원씩이나 된다. 10월부터 연말까지 전국 500만 농가에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되던 부채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으로부터 1억원을 빌린 주모씨는 IMF이후 농산물 가격폭락과 기름값 인상으로 갚을 길이 없자 올초에 가족을 데리고 고향을 떴으며 왕모씨도 2억원의 대출을 받았으나 경영압박을 감당하지 못해 도주했다. 품앗이보증을 미덕으로 하고 있는 농촌현실을 감안할 때 농가의 빚대란은 전국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경남도농민회 강기갑(姜基甲·48)씨는 『농가부채대란은 농어촌구조개선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예견된 일이다. 가격보장보다는 생산시설증대에 초점을 맞춘 농정은 애초부터 잘못 끼운 단추』라고 비판했다. 젖소 100두를 키우고 있는 姜씨의 부채는 모두 6억원.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돈이 모두 6,000만원. 姜씨는 『현재로서는 우유를 납품해서 사료값을 대기도 벅찬 형편이어서 도저히 대출금을 갚을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강씨가 파산하면 적어도 10명이상은 피해를 보게 된다. 전농경남도연맹 소희주총무부장은 『전국 농가의 부채현황은 비슷하지만 집단도산사태는 이 지역에서 조금 일찍 왔을 뿐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연말이나 내년초에는 방방곡곡에서 사라지는 마을이 속출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 92~97년중 농어촌에 투자된 자금은 모두 31조원. 이중에서 순수하게 농민에게 돌아간 것은 13조4,000억원이다. 정부는 특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축산농사의 시설자금 5,752억원에 대해서는 그동안 3차례에 걸쳐 상환을 연장했으나 10월말이면 만기가 된다. 또 올연말에 만기가 도래하는 농·축협 상호금융자금은 6조618억원. 여기에 정책자금 상환액이 1조5,000억원에 달한다. 농민들이 연말까지 갚아야 하는 총부채는 원리금을 합하면 9조원에 달하고 있다.【진주=연성주 기자】 <<연중 영/화/무/료/시/사/회… 일간스포츠 텔콤 ☎700-9001(77번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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