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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은행 노조 변할 때다
입력2011-03-25 17:03:33
수정
2011.03.25 17:03:33
"XX들 안 들려? 수류탄 집어던질까?"
주주총회일인 25일 오전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30여명의 국민은행 노조원들은 은행 1층 주차장에서 어윤대 회장 때문에 은행경영 자율성이 훼손됐고 극심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농성을 벌였다. 노조는 직전까지 은행 1층 로비를 완전히 점거해 주총이 파행될 뻔했다.
노조 주장이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연말 3,244명의 직원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카드사를 분사하면서 1,250여명을 줄였다. 원래 2만6,000여명이던 직원 수가 꽤 줄어 현장 일이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이를 전형적인 '밥그릇 지키기'로 보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 대상 영업이 많다지만 국민은행 1인당 대출ㆍ예금실적은 시중은행 대비 낮은 수준"이라며 "직원을 줄였으니 전보다 일은 많겠지만 그동안 인력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KB금융 관계자도 "주총을 빌미 삼아 노조가 사측으로부터 뭔가 얻어내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행 노조의 이 같은 행태는 과거에 비해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점에서 눈살이 찌푸려진다. 외환은행 노조도 그렇다. 외환 노조는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론스타의 먹튀를 도와주는 꼴"이라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전면파업도 불사할 태세다.
아이러니하게 외환노조는 그렇게 미워하는 론스타의 지배 아래서 업계 최고수준 급여와 복지혜택을 누려왔다. 그래서 하나금융의 인수를 반대하는 것도 향후 처우 문제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이제는 은행 노조도 변해야 한다. 외환위기 후 정부는 은행에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도록 과점체제를 만들어줬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은행 산업은 전혀 발전이 없다. 은행은 '우물 안 개구리' 방식으로 영업을 했고 직원들은 그 과실을 누렸다. 은행이 대학생들의 선호취업 대상이 된 것도 급여나 처우 때문이다.
은행이나 은행노조 수준이 계속 이 정도에 머문다면 국민들이 아예 등을 돌릴 수 있다. 금융위기 때 정부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은행도 그 속에서 일하는 직원도 존재할 수 없었다. 누구보다 국민들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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