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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연수생 제도 '임금살포 시책' 전락

연간 수십억 쏟고 도덕적 해이만…전문가 "대폭축소·방향수정 시급"

지난 2001년 부산시가 전국 처음으로 도입해 정부로부터 청년실업해소 우수사례로 선정된 `취업 연수생 제도'가 당초 취지를 살리지 못한 채 매년 수십억원의 예산을 특정계층에게 나눠주는 이른바 `임금살포 시책'으로 전락하고 있다. 취업 연수생 제도는 부산시가 청년실업 해소차원에서 전문대졸 이상 실업자들에게 일정기간 월급을 주면서 취업과 관련된 연수기회를 부여한다는 취지로 도입했으나 `연수없는 연수생 제도'로 고착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청년 실업자들 사이에 `좋은 아르바이트중 하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적극적인 구직활동보다도 선호되는 등 도덕적 해이 현상까지 낳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도입배경과 실태 취업 연수생 제도는 부산시가 2001년 10월부터 전문대졸이상의 고학력 실업자들에게 매달 60여만원을 주면서 시청과 산하 공기업 및 사업소,구.군청 등에서 경험을 쌓아 취업에 활용하라는 취지로 시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가 본격 시행된 2002년에는 전체 연수생 2천327명중 51%인 1천186명이취업을 하자 행정자치부가 우수사례로 선정해 타 시.도에 도입을 적극 권장, 강원과경북이 각각 2002년과 2003년부터 `인턴 공무원제' 등의 명칭으로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취업 연수생의 취업률은 2003년에 45%로 낮아진데 이어 지난해는 18%까지 하락했고, 1천명을 채용할 계획인 올해 취업률은 지난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고부산시 관계자들은 내다봤다. 이처럼 연수생의 취업률이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리는 것은 불황의 여파도 있지만 이 제도가 취업을 위한 연수 프로그램이라는 당초 취지와는 달리 단순 아르바이트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실제 대다수 연수생들이 하는 일이 복사와 문서배달, 타이핑 등 단순작업이어서취업 연수생이라기 보다는 사무보조원에 가까운 실정이다. 연수생 A(28)씨는 "취업 연수생이라고 해서 지원했는데 하루종일 취업과 관계없는 단순작업만 하다 퇴근하는 게 다반사"라면서 "왜 취업 연수생이라는 명칭이 생겼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부산시가 내세우는 취업 연수생의 취업률도 이 제도에 따른 효과라기보다는 연수생들이 연수기간에 개별적으로 취업한 것에 불과하다는 게 시 관계자의솔직한 고백이다. ◇문제점 이처럼 청년실업 해소에 별다른 도움이 안되는데도 취업 연수생 제도에 들어가는 예산은 매년 수십억원에 달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지적을 받고있다. 부산시는 시행 첫해인 2001년에 30억원을 투입한데 이어 2002년과 2003년에 각각 29억7천여만원과 30억4천만원을, 지난해에는 무려 47억원을 쏟아부었고 올해도 36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시 관계자도 "취업 연수생 제도는 솔직히 청년 실업률을 일시적으로 낮추는 미봉책에 불과한데다 부작용이 상당히 많은 임금살포 사업인 만큼 차츰 예산규모를 줄여서 궁극적으로 없애는 것이 맞다"고 털어놨다. 게다가 전문대졸 이상의 실업자들 사이에 `취업 연수생이 별로 하는 일 없이 시간만 때우면 한달에 60만원을 벌 수 있는 좋은 아르바이트'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구직활동에 앞서 취업 연수생이 되기 위해 줄을 서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더욱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이 제도 시행초기에는 지원자가 거의 없었으나 지난해부터 신청이 쇄도하기 시작했고, 지난 3월에는 1천500여명이 신청서를 내는 바람에 현재 500여명이 대기자 명단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연수생 B(29)씨는 "취업 연수생이 되면 비슷한 월급을 받는 편의점 아르바이트보다 훨씬 편하고 세련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한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도 이같은 문제점을 인식하고 올해부터 민간업체에 1년간 매월 60만원을주면서 연수생들을 인턴사원으로 채용토록 한 뒤 인턴기간이 끝나면 최소한 1년간정규사원으로 채용토록 하는 `취업보장 인턴 사원제'를 도입했으나 취업 희망자나업체를 모집하는 데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대안은 없나 취업 연수생 제도에 해마다 수십억원의 세금을 쏟아부으면서도별 성과는 거두지 못한 채 부작용이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사업을 대폭 축소하거나 사업방향을 시급히 수정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유수일 박사는 "취업 연수생들이 취업을 위한 연수를 할 수 있도록 일정기간 월급은 시에서 주되 일은 민간업체에서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 박사는 또 "민간업체 근무는 취업으로 직접 연결되지 않더라도 최근 기업들이 선호하는 경력을 쌓는데 큰 도움이 된다"면서 "대졸자들이 희망하는 업체의 연수프로그램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채용에 대한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노승조 시민사업국장은 "취업 연수생 제도가 청년 실업자들에?일시적이나마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면 이들을 단순한 사무보조원으로 활용할 게 아니라 새로운 복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일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 연제구청이 대졸자에게 취업 연수생과 비슷한 월급을 주면서 생활보호 대상 가정을 방문, 돈이 없어 학원에 못다니는 초등학생들에게 국어와 영어, 수학, 한자 등을 가르치도록 하는 `학습지도' 사업이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또 취업 연수생 제도를 아예 폐지하고 우수한 대졸자 또는 졸업 예정자들에게항공료와 체재비, 외국어 교육비 등을 지원하면서 해외 기업에 인턴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해외취업 지원사업'을 대폭 확대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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