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정부가 불법 달러거래를 막기위해 자국통화인 동화를 평가절하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러부족 현상이 심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암시장으로 몰려가고 있다. 이로 인해 동화의 실거래가치가 1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시장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베트남 외환시장에서 민간투자자들은 동화로 달러를 매입할 시 시중환율보다 7% 프리미엄을 붙여 사들이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국영업체들에 달러매입 기회를 우선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날 베트남 동화는 외환시장에서 전일대비 5%나 폭락한 달러당 1만6,846.50동에 거래됐다. 이는 지난 1993년이후 15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달러선호가 높아 시중은행에서 달러를 사려면 환율이 최대 1만9,500동까지 치솟기도 한다. 반면 암시장에서 거래를 하면 1만8,000동선에서 매입이 가능해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암시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베트남 정부가 얼마전 동화가치 추가하락을 억제하기 위해 환율변동폭을 2%로 완화했지만 효과는 미미한 상태다. 외환 전문가들은 동화가 내년에는 역외 차익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2만동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 베트남 주재의 아카마쯔 노리타카 이코노미스트는 “베트남 중앙은행이 달러를 풀지 않아 동화가 강한 절하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에 달러부족이 심화된 것은 경기악화로 투자자들이 베트남 증시와 채권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트남주가지수는 지난 2년간 168%나 오르다가 현재 지난해 말 대비 54%나 미끄러졌다. 5년만기 국채 수익률은 20.53%까지 치솟으며 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동화는 11년전 외환위기를 촉발한 태국 밧화와 같은 위기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베트남의 외환보유액이 현재 220억달러에 불과한데 달러공급으로 이마저 바닥날 지경에 이르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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