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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목 정주영 타계] 형제 화해 가능할까
입력2001-03-22 00:00:00
수정
2001.03.22 00:00:00
채수종 기자
'왕자의 난' 아물지 않은 상처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거북 등'처럼 갈라졌던 형제들의 마음이 다시 이어질 수 있을 것인가. 재계의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일단 장례장에서의 모습은 보통 가정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실질적인 장남인 정몽구 현대ㆍ기아차 회장은 상주로서 장례에 대한 모든 것을 주관하고 있다.
정몽헌 현대건설ㆍ아산 이사회 회장은 빈소를 잠시도 비우지 않고 지키고 있으며, 정몽준 현대중공업 고문은 22일 아침부터 빈소에 몰려드는 조문객들을 맞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충격으로 형제들 모두 심신이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끝없이 오는 조문객들에게 예의를 잃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 이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형제들이 모처럼 화합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 특히 정몽준 고문은 기자들이 유언장 공개나 상속 문제에 대해 묻자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 "아는 바 없다"고 말해 유언장이나 상속문제 등이 형제간 다툼으로 비춰질 것을 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례 절차에 대해서도 가족회의를 통해 해결하는 등 형제간에 근래에 보기 드물게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형제들의 이런 모습에서 지난해 3월 그룹대권을 쥐기 위해 갈등을 빚던 모습은 찾기 어려웠다.
특히 전통 장례관습인 노제(路祭)에 대해서는 성균관에 의견을 구했으며, 성균관에서 "가족장일 경우에는 노제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해 옴에 따라 노제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정몽헌 회장은 기자들의 질문에 "가족장으로 하기로 했다"고 형제들간에 결정된 내용을 전했다. 형제들간 장례절차 등에 대해 일체의 불협화음이 나오지 않는 것은 고인이 생전에 검소한 생활로 일관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조용하게 장례를 치른다는 생각이 같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유난히 카리스마가 강했던 아버지 앞에서도 서로 등을 돌려야 했던 형제들이었지만 아버지의 마지막 가는 길 앞에서는 하나가 됐다. 그러나 이런 화합분위기가 장례 뒤에도 이어질 수 있는가는 아직 미지수다.
/채수종기자 sjcha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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