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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 GQ를 말한다] 릴레이 인터뷰

허버트 나이스 前 IMF 亞太담당 국장 "글로벌화 성공위해 교육투자 늘려야"<br>최고수준 노동력 갖춰 생산성·경쟁력 높이고<br> 사회안전망 강화로 경제정책 제대로 작동시켜<br>5%이상 '강한 성장' 지속이 가장 중요한 과제


“교육 개선과 서비스 부문 발전, 사회 안전망 확충 없이는 한국의 글로벌화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수 없을 것입니다.” 지난 1997년 당시 우리나라의 외환위기 탈출을 진두지휘했던 허버트 나이스 전 국제통화기금(IMF) 아태 담당 국장이 보는 한국 경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금융과 노동시장 개혁, 교육과 복지 개선 등 글로벌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장기적으로 착수해야 할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이 때문에 앞으로 한국의 정책은 ‘긴 호흡’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의 경제정책 추진과정을 지켜볼 때 향후 한국은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며 긍정적 전망을 제시했다. IMF 위기를 계기로 한국이 본격적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한 지 10년. 1979년 2차 석유파동부터 1997년 외환위기까지 한국 경제 위기의 순간을 국제기구의 눈으로 지켜봐온 그에게 한국의 지난 10년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 10년간 나아갈 방향을 e메일을 통해 물어봤다. 아시아태평양 경제 전문가인 그는 2000년 33년간 재직해온 IMF에서 퇴임, 현재 도이체방크 고문을 맡고 있다. -한국에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 올해로 10년이다. 지난 10년간의 한국 경제에 대해 평가한다면. ▦10년 전과 비교할 때 한국 경제는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구조적으로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변했다고 본다. 어느 기준으로 봐도 한국은 이제 위기를 극복해낸 상태다. 국제수지 흑자기조를 회복했고 외환보유액은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한다. 과다한 외채부담도 해소되고 자본구조 개편과 통합 과정을 거쳐 은행 시스템도 대폭 강화됐다. 정부 개입이 줄어든 반면 경제에서 시장의 역할도 한층 커지고 각종 규제 및 감독 효과도 개선됐다. 그에 따라 투명성과 효율성 제고, 장기 성장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고 본다. 한국 경제, 특히 금융 부문과 기업 부문의 구조조정은 비약적인 수준으로 이뤄졌다. 결과적으로 한국 경제는 위기 이전보다 훨씬 강한 체질로 바뀌었고 더욱 글로벌 경제에 통합된 모습을 갖추게 됐다. 하지만 한국 경제의 모든 문제가 완전해 해결된 것은 아니다. 앞으로 여러 가지 새로운 도전에도 직면하게 될 것이다. -돌이켜볼 때 당시의 위기극복 과정에서 아쉬웠던 점은 없나.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 ‘그때 달리 했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있게 마련이지만 한국 경제의 위기극복 전략은 대체로 옳았다고 본다. 위기 발생 후 얼마 되지 않아 원화가치가 오르고 금리가 떨어졌으며 경제가 다시 성장궤도에 진입했다는 사실이 증거다. 인플레이션과 은행 시스템 붕괴도 막을 수 있었다. 당시의 위기관리에 대해 일부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당시는 경제가 훨씬 안 좋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을 꼽으라면 해외 채무자들과의 타협이 지연됐다는 점이다. 외국 은행들에서 좀 더 빨리 자금이 들어왔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후퇴하는 최악의 시기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위기극복의 모델 케이스로 꼽히기도 했다. 한국 경제의 최대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이 당시 아시아 국가들 가운데 가장 빨리 위기를 극복한 것은 사실이다. 당시 그처럼 급속히 회복할 수 있던 것은 1997년과 1998년 당시 정부의 신속한 정책적 대응, IMF나 세계은행(IBRD) 등의 강도 높은 금융 지원, 정치적ㆍ사회적 안정성 등이 모두 작용한 결과다. 국가 위기를 극복하려는 한국인들의 의지도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위기를 극복해낸 한국 경제의 최대 강점은 현대적인 산업기반과 근면하고 질 좋은 노동력, 강인한 금융 시스템, 안정적인 국내 상황과 탄탄한 대외적 위상, 그리고 지리적으로 유리한 위치 등으로 집약될 수 있을 것이다. -당시 한국의 위기극복 전략이 추후 어느 나라에 닥칠지 모를 새로운 위기에도 힘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위기는 시기와 국가에 따라 다른 형태로 나타나므로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모델 케이스는 없다고 봐야 한다. 추후 다른 나라에 위기가 닥친다면 그것은 과거 한국이 겪은 것과 다른 형태일 수 있으므로 한국의 정책을 그대로 베낄 수는 없을 것이다. 다만 한국의 위기관리가 글로벌 시장에 유효한 교훈을 준 것은 사실이다. 가령 통화가치 하락을 방지하는 데 조속한 금리인상을 대신할 정책이 없다는 점은 한국의 위기에서 얻은 중요한 교훈이다. 금리인상 시기가 이르면 이를수록 금리수준도 빨리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에서 고금리가 오래 지속된 것은 금리를 올리는 타이밍이 다소 늦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한국 경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앞으로 10년간 한국 경제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지금 한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강한 성장이다.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은 선진국들의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직은 적어도 5% 정도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려면 생산성과 경쟁력 제고가 필수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최고 수준의 질 높은 노동력을 갖추는 일이다. 다시 말해 교육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예산확보 경쟁 등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교육과 연구개발(R&D) 투자에 주력해야 한다. 아울러 경제정책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사회가 평화로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사회적 평화를 일구려면 연기금을 확충하고 근로자의 최소 소득 보장, 보건 확충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이 두 가지가 한국의 지속성장을 위한 장기 과제들이다. 이를 달성한다면 10년 뒤 한국 경제는 다음 단계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차기 정부도 당장 내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몇 %의 성장률을 기록하든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기 위해 단기적인 성장률 목표 달성보다 장기적인 이슈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가령 대통령 당선자가 공약대로 내년에 7% 성장률을 달성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고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고용시장 유연화와 교육여건 개선은 단시일 내에 이뤄질 과제는 아니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국제적으로 한국은 금융허브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금융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은 있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세부적으로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한국이 금융허브로 도약하는 데 심각한 장애가 될 요소는 없다고 생각한다. 이 생각에는 많은 사람들도 동의할 것이다. 다만 한국 금융시장이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욱 자유화될 필요가 있다. 자유로우면서도 체계적인 감독이 이뤄지는 시장을 확립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한국 금융은 과거의 과감한 개혁에도 불구하고 아직 갈 길이 남아 있다고 하겠다. 또 하나, 글로벌 시장에는 금융허브의 위상을 노리는 나라들이 많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려면 한국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을 찾아야 한다. 다른 국가와 달리 한국이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전문 분야를 찾아내는 것이 금융허브 육성의 필수 과제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이끄는 아시아 경제의 앞날을 어떻게 보는가. ▦중국의 성장세는 지속될 것이지만 빠른 성장에 비해 인프라가 부족한 것이 문제다. 결국 어느 시점에는 인프라가 성장을 따라가지 못해 병목(bottle-neck)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때부터 충분한 인프라를 갖춰 성장의 길을 터줄 때까지 중국 경제 성장률이 둔화될 수 있겠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중국 경제는 상승곡선을 이어갈 것으로 본다. 다만 글로벌 경제의 주도권은 당분간 미국의 손에 남을 것으로 봐야 한다. 아직까지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는 힘은 미국이다. 중국과 인도 경제의 성장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경제력이 아시아로 넘어가겠지만 이는 아주 장기적인 예측일 뿐이다. 먼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아시아 경제통합을 당연시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당연한 수순이다. 한ㆍ중ㆍ일을 포함한 아시아도 유럽과 비슷한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본다. 각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국경이나 교역장벽이 없는 시장을 형성하고 이어 서비스 시장과 자본시장이 합쳐지면서 경제 효율성이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제적 영향력도 커질 것이다. 결국 통화도 단일화될 것으로 본다. 즉 자유교역으로 시작해 서비스 교류-자본 이동-규제 단일화-자유로운 노동력 이동 등이 순차적으로 이뤄진 다음 공동통화체제가 구축될 것이다. 사실 이 같은 절차는 이미 시작됐다. 다만 아시아는 유럽보다 통합과정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보는데 국가들 간 차이가 워낙 큰데다 오랜 시간 동안 풀리지 않은 정치적 이슈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시아 경제의 촉진을 위한 통합경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지금 각 정부도 공감하고 있지만 빠른 진전을 보려면 정치적인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유럽이 프랑스ㆍ독일ㆍ이탈리아를 주축으로 통합과정을 거쳐왔듯이 아시아 통합 역시 지역경제를 이끄는 주요국들을 포함한 복수의 국가군을 주축으로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국 경제의 글로벌화 노력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한국 경제는 이미 글로벌화의 과정을 밟고 있다. 성공 여부는 앞서 언급한 대로 앞으로의 과제들을 얼마나 잘 이행해나갈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제정책 추진과정을 돌이켜볼 때 한국 경제가 보다 강도 높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허버트 나이스는
97년 亞 환란대응 핵심역할 맡아…외환위기 극복 공로 은탑산업훈장 받아
외환위기 당시 짧은 스포츠형 머리로 우리 국민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줬던 허버트 나이스(72) 전 국제통화기금(IMF) 아태 담당 국장은 1935년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미국 캔자스대학에서 경제학석사, 오스트리아 국제무역대학에서 경제학박사를 취득했다. 1960년부터 오스트리아 경제연구소에서 일하다가 1967년 유럽 담당 경제분석가로서 IMF에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1973년부터 아시아 담당 과장, 인도네시아 주재 IMF 대표, 중앙아시아 담당 국장 등을 거쳐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역임하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대응에 핵심 역할을 했다. 2002년에는 외환위기 극복의 공로를 인정 받아 우리 정부로부터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2003년 IMF에서 퇴임한 후 도이체방크 수석고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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