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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현대차가 잘 돼야 대한민국이 잘 됩니다"

손철 산업부장

李, 정의선 회장에 건넨 화답 울림 줘

"GM에 좋으면 美도 좋다" 윌슨의 말 연상

국익과 국민 먹고 사는 문제, 기업과 직결

낡은 규제 없애 신산업 전념토록 도와야

손철 산업부장




천년 수도 경주를 전 세계에 알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이달 초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APEC 정상회의는 변화무쌍한 2025년을 정리하고 새해를 힘차게 맞을 수 있는 희망을 엿보게 했다. 올해 초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과 함께 글로벌 무역 질서에 몰아닥친 광풍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주 APEC에 참가하고, 6년 만에 부산에서 만나 담판을 벌인 결과 일단 잠잠해졌다.

APEC 정상회의와 함께 열린 ‘최고경영자(CEO) 서밋’에는 글로벌 기업인 1700여 명이 참여했다. 특히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특별 강연과 함께 인공지능(AI) 혁명에 필수인 10조 원 규모의 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 26만 장을 한국 정부와 삼성·SK·현대차·네이버에 공급하겠다며 ‘AI 동맹’을 띄워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엇보다 진전이 없던 한미 관세 협상이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 정상회담 직전에 극적으로 타결돼 수출 한국을 짓눌러온 굴레를 벗게 됐다.

이 대통령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한 다음 날인 10월 31일 가장 큰 기여를 한 4대그룹 총수를 만나며 남긴 말도 인상적이었다. 관세 문제 해결로 가장 큰 짐을 덜게 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너무 감사드립니다. 저희가 정말 큰 빚을 졌습니다”라고 인사하자 이 대통령은 “고생 많으셨죠. 현대차가 잘 되는 게 대한민국이 잘 되는 겁니다”라고 화답했다. 국제사회를 지배하는 힘의 논리에 밀려 잘못 하나 없이 맞게 된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한 리더들의 훈훈한 순간이기도 했지만, 이 대통령이 한 기업의 중요성이 얼마나 클 수 있는지를 놓치지 않은 대목에서 재계는 울림이 컸다고 한다.

이 대통령의 현대차 관련 발언은 일부 결은 달라도 “제너럴모터스(GM)에 좋은 것은 미국에도 좋다”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정부 시절 찰슨 어윈 윌슨 미국 국방부 장관의 말을 연상시킨다. GM 사장 출신인 윌슨 장관은 임명 전 의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익과 GM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 어떻게 할 것이냐는 상원의원의 질문에 “미국에 좋은 것이라면 GM에도 좋다. 그 반대도 그렇다”고 소신을 피력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1953년 미국 자동차의 대명사인 포드를 일찌감치 제치고 미국은 물론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로 수십 년간 군림한 GM의 위상을 상징하는 말일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여전히 회자되며 GM과 기업의 중요성을 대변할 때 쓰인다. 그도 그럴 것이 GM이 쓰러지면 북미 대륙 전체에 대규모 실업 사태가 발생하고 미국 경제는 휘청일 수밖에 없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GM이 파산 보호를 신청하자 미국 정부가 495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하며 대주주가 됐던 이유이기도 하다.

IMF 외환위기로 1998년 파산 위기에 처했던 기아까지 떠안은 현대차그룹은 수많은 도전을 이겨내며 2022년 세계 3대 자동차 기업에 진입했고, 1위인 일본 도요타그룹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GM을 이미 넘어선 현대차그룹은 한 기업 전문기관의 조사에서 지난해 경제 기여액이 359조 원을 넘어 국내에서는 독보적 1위를 달렸다. 고용·생산·투자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자동차산업의 특성 때문도 있지만 울산·광주·아산·전주·광명·화성에 공장을 두고 100만 명 넘는 고용을 직간접으로 담당하는 현대차·기아의 존재는 국익과 직결돼 있다.

정 회장은 16일 용산에서 이 대통령을 다시 만나 미국과 관세 협상 타결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며 향후 5년간 국내에 125조 2000억 원을 투자하겠다고 했다. 특히 1차 협력사들이 올해 부담한 미국 관세 비용 전액을 지원하기로 해 “빚을 갚겠다”는 말이 결코 허언이 아님을 증명했다.

“현대차가 잘 돼야 한국이 잘 된다”는 이 대통령의 발언은 “기업이 잘 돼야 나라가 잘 된다”는 말과 다름이 아니다. 이재명 정부가 가장 중시하는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는 기업에 달려 있다. 국력을 키워 다시는 강대국의 일방적 힘의 논리에 당하지 않으려면 금산분리 같은 시대에 뒤떨어진 규제를 빠르게 철폐해 자율주행차·AI·바이오 등 신산업을 기업인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키울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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