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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주사,OB맥주 「회계장부 열람 가처분 신청」/사건 개요
입력1996-11-19 00:00:00
수정
1996.11.19 00:00:00
남문현 기자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 벌어졌다/계열사 위법적 주식 취득·위장분산 의혹 제기소주시장 쟁탈전이 법정까지 비화됐다. 지방소주사가 두산그룹의 OB맥주를 상대로 회계장부 열람청구를 위한 가처분신청을 법원에 제기하고 계열사의 위법적인 주식 취득과 위장분산 등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한마디로 두산그룹에 대한 선전포고라 할 수 있다.
특히 5%이상 소수주주들이 대주주를 상대로 회계장부열람을 요구하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요구한 것은 증시사상 이번이 처음이어서 재계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지방 소주사가 회계장부열람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청구한 것은 궁극적으로 OB맥주 경영진의 항복을 받아내 두산, 진로 등 대그룹의 지방소주산업 진출에 철퇴를 가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마디로 소주업계의 이전투구가 지방소주사의 쿠데타를 유발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지난 92년 지방소주업자들의 연고 지역판매를 보장해준 주정배정제도가 폐지된데 이어 93년 11월 두산그룹이 경월소주를 인수해 그린소주 돌풍을 일으킨 것이 도화선이 됐다.
이때부터 소주업계는 진로, 두산, 지방소주사로 구분되는 「춘추전국」시대로 접어들어 시장재편과 과당경쟁이 본격화돼 지방소주사들은 생존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위기감을 가졌다.
더욱이 우여곡절 끝에 자도주 50%이상을 의무화한 주세법 개정안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갈등이 수그러들 조짐을 보였지만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 결과가 남아있어 여전히 불씨는 남아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대선주조, 금복주, 무학주조 등 지방소주 3개사는 경월소주를 인수한 OB맥주를 대상으로 지난해부터 주식을 꾸준히 매집해 본격적인 전쟁을 준비하고 나섰다.
지방소주사들은 OB맥주의 공식적인 주주입장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OB맥주의 경영정책에 압력을 행사할 의도는 있으나 OB맥주의 M&A(Mergers & Acquisitions:기업인수 및 합병)까지 노린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것이 재계 시각이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지방소주사들은 두산그룹측의 약점잡기가 중요하다고 판단해 5%이상 소수주주로서 요구할 수 있는 회계장부 열람권을 요청했으나 두산그룹으로부터 깨끗이 거절당했다.
그러자 이들 3사는 OB맥주의 흠집내기를 본격화해 두산그룹의 대외이미지를 실추시키는 한편 장부열람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입체적인 전략을 구사하기에 이른 것이다.
현재 지방소주사들은 이번 가처분신청서를 법원에 제기할때 15%의 지분으로 소수주주의 권리를 행사했으나 실제 취득주식수는 이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정완주>
◎OB 반응/“일고의 가치없는 불도덕한 행위”/소액주주 권한 행사보다 위협 의도인듯
금복주 무학 등 지방소주사들로 부터 회계장부 열람을 청구당한 OB맥주는 이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는 부도덕한 행위다』고 일축하고 있다.
OB맥주는 이들이 일단 소액주주로서의 권한행사 보다는 OB측을 위협하려는 의도가 짙게 깔려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즉 지방소주사들이 그동안 진로 두산경월 등에 의해 빼앗겨온 시장이 지난해 10월부터 주류 도매상들의 「자도주 50% 의무 구입제」시행 이후 어느정도 되살아 나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대기업, 특히 지방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두산경월측을 강력 견제하려는 의도가 깊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병택 사장은 이에 대해 『지방소주사들이 자도주 50%제도 시행으로 안정된 시장을 확보한 상태서 향후 경쟁사들의 시장진입을 차단키위한 술수에 불과하다』며 『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강력 비난했다.
유사장은 『지방소주 3사가 소액주주 보호를 위한 상법 등 관계법을 교묘하게 악용하여 경쟁자를 음해하고 나아가 공정거래를 불법적으로 제한하려 하고 있다』며 『이같은 일련의 비열하고도 부도덕한 조치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였다.
OB측은 이들이 협박용으로 상대적으로 경영실적이 어려운 OB맥주를 집중 공략함으로써 관계사인 두산경월을 압박하려는 「외곽 때리기 식」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3사가 지난 8월 처음 회계장부 열람청구를 교묘하게 증권가에 흘려 문제를 일으킨뒤 이번에는 한단계 진전된 법적조치를 취함으로써 OB의 명예 및 입지를 뒤흔들어 보겠다는 야욕을 드러내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유사장은 『지방소주 3사가 한번씩 돌아가면서 이같은 행태를 저지르는 인상이다』며 『이들이 영업활동에 신경쓰기보다는 경쟁사를 음해하는 쪽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며 비난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지방소주사들은 『진로 두산경월 등 대기업들의 지방시장 침투가 너무 거세게 이뤄지고 있다』며 강력 반발해왔고 나름대로의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OB측이 이들 업체에 이같은 빌미를 제공한 가장 큰 요인은 계속되는 적자라고 볼 수 있다.
OB맥주는 지난해 4천3백58억8백만원의 매출을 기록, 94년의 4천9백85억9천8백만원에 비해 6백28여억원의 감소를 나타냈으며 순익규모에서도 94년에 처음으로 6백54억7천4백만원의 적자를 나타낸데 이어 지난해는 적자액이 이보다 2배 정도 늘어난 1천1백88억원으로 확대되면서 2년 연속 적자를 면치못했다.
OB는 이로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 주총에서도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못해 증시에서 2부 종목으로 탈락했다.
여기에 지난상반기에는 30여년만에 맥주시장 1위 자리를 조선맥주에 내주는 「곤욕」을 당하는 지경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난상반기 OB는 4천8백20억원의 매출에 7백43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반면 조선맥주는 매출액이 5천5백67억원에 달하면서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한 것.
지방소주사들은 이러한 여건속에서 OB측의 틈새를 적극 파고들면서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OB측은 이같은 상황에서 지방소주사들의 공략에 법적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부문에 대해서는 강력 대응하겠다는 반응이나 사실 뾰족한 해결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OB는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영업 활성화를 통해 잃었던 입지를 되찾는 것이 시급하다는 판단아래 최근 호조를 보이고 있는 「OB라거」와 「카프리」 등에 대한 판촉을 강화, 업계 선두기업으로서의 명예를 되찾아 실지를 회복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남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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