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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고르는 재미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한 외국업체는 이 광고카피 하나로 일약 국내 최대 아이스크림업체가 됐다 . 고르는 맛을 즐기는 인간의 속성을 정확하게 집어낸 한마디가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사실 사는 맛 중에 ‘고르는 재미’를 빼놓을 수 없다. 시장에 가는 이유는 필요한 물건을 사는 데 있다. 고르는 재미는 덤이다.하지만 진열돼 있는 물건을 보면 손끝이 간질거린다. 그래서 꼭 필요하지않아도 고르는 맛에 사는 경우도 있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맞는 공식적인 고르기 행사는 ‘돌잡이’다. 첫돌을 맞은 아이는 잔칫상에 놓여진 연필이나 실ㆍ돈ㆍ공책 등에서 하나를 집어야 한다. 고른 물건에 따라 연필은 학자, 실은 장수, 돈은 재산 등으로 미 래를 점치게 된다. 물론 어느 것을 집어도 아이에게는 축복의 말이 이어진 다. 성장하면서도 무수하게 많은 고르기 기회가 온다. 언제 어떻게 무엇을 고르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진다. 과거에 고른 일들이 모여서 지금 자신의모습을 만들었고, 지금 고르는 일들이 앞으로의 모습을 만들어갈 것이다.물론 점심시간에 ‘자장면을 먹을까, 짬뽕을 먹을까’ 하는 가벼운 고르기 도 있다. 직장이나 결혼상대를 결정해야 하는 중대한 고르기도 있다. 심지 어는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지 고민을 해야 하는 경우도있다. 물건보다 사람을 고르는 재미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돈이 있으면 평생 여행이나 하고 즐기면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이 많다. 하 지만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생각은 다르다. 사람을 골라서 키워 쓰는재미가 보통 쏠쏠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골치 아 픈 일이 많지만 사람 고르는 재미로 해나간다고 말하는 경영자들이 많다. 오늘은 17대 국회의원을 고르는 날이다. 그런데 아직도 지지후보와 정당을 결정하지 못한 부동표가 무려 30%를 넘는다고 한다. 유권자 열명 중 세명은 아직 누구를 찍을지 고르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정치에 고개를 돌린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다. 하기야 당장 먹고살기도 어려운데 투표에 관심을 기울일 여유가 없을 것이다. 하루하루 를 살아가기도 버거운데 대통령 탄핵이나 진보와 보수의 논쟁은 사치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어느 택시기사는 이대로 가다가는 민중봉기가 일어날것 같다는 말로 민심을 전하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도 열명 중 네명은 고르기를 포기했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오늘처럼 신나는 날이 없다. 오늘은 누가 뭐 라고 해도 유권자들의 날이다. 사람을 고르는 재미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 . 오늘 하루만큼은 신(神)이 돼서 사람을 선택해보자. <저작권자ⓒ 한국i닷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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