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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신년기획 전문가 인터뷰]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美, 디플레 막기 위해 연간 3~4% 물가상승 용인을"<br>美 '車빅3' 강한 보호장벽 없으면 15년내 파산<br>올 글로벌 경제 위협 최대 화두는 '디폴트' 될것<br>한국, 세금감면등 재정확대 통한 경기부양 필요

“미국 경제는 2차 대전 이후 유례없는 극심한 침체에 막 진입했습니다.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빠질 가능성도 15%나 됩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디플레이션 방어를 위해 연간 3~4%의 물가 상승을 용인해야 합니다.” 케네스 로고프(사진) 하버드대 교수는 “신용위기와 경기침체가 한꺼번에 닥친 미국 경제는 지금이야말로 비상상황이고 전시상태나 마찬가지”라면서 “FRB가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일본식 장기 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인플레이션은 오히려 경제회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고프 교수는 미 자동차 ‘빅3’의 구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로 “어리석은 짓”이라며 단호한 어조로 반대했다. 그는 “미 정부와 의회가 강력한 보호장벽을 쌓지 않는다면 이들은 10~15년 이내에 사라질 것”이라며 “미국의 빅3 구제가 다른 나라의 자국 산업보호 움직임을 자극하고 궁극적으로 무역장벽을 치게 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보스턴의 하버드대 연구실에서 로고프 교수를 만났다. -미국 자동차 빅3 구제금융에 대한 논란이 적지 않은데 어떻게 보시는지요. ▦긴급 운영자금을 수혈해준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입니다. 빅3 문제는 일시적 자금지원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미국의 모든 기업들이 수십년간 지속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 경제는 수많은 기업들이 명멸을 거듭하면서 발전해왔습니다. 이들을 모두 구제하자는 논리는 이제는 미국 업체가 거의 생산하지 않는 세탁기와 TV 제조업체를 보호하고 구제했어야 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입니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파산보호(Chapter 11)를 신청하도록 내버려둬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이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왜 부시 행정부가 초기의 반대 입장에서 구제 쪽으로 선회했다고 보시는지요. ▦경제논리가 아닌 정치적 논리가 개입된 것이죠. 유동성 지원은 일종의 ‘정치적 선물’입니다. -수많은 금융기관은 천문학적인 자금지원을 받았는데 빅3 지원은 왜 안 되냐는 식의 논리가 있는데요. ▦사실 씨티은행 역시 붕괴하도록 내버려둬 주주와 채권 보유자가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이 마땅했습니다만 금융기관 붕괴는 빅3의 붕괴와 다릅니다. 다른 분야로까지 파괴력을 확산시키는 ‘시스템 리스크’를 초래합니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사정이 다릅니다. 파산신청을 냈다고 해서 근로자 모두가 일자리를 잃는 것이 아닙니다. 빅3는 장기적 비전 없이 근시안적인 경영에 급급했고 무엇보다 소비자들이 사고 싶어하는 자동차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소비자의 기호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것입니다. 근로자에게는 연봉과 복지혜택을 줄였어야 합니다. -빅3의 최종적인 운명을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앞으로 10~15년 이내에 사라질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이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보호무역 덕이었습니다. 사실 미국 남부에 한국과 일본 등 해외 자동차 메이커가 생산기지를 둔 것도 이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미 행정부가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치지 않는 한 빅3는 생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미국의 경기침체가 지난 2007년 12월부터 시작된 것으로 판명이 났습니다. 앞으로 침체가 언제까지 지속될까요. ▦1월 말 발표되는 2008년도 4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6%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앞으로는 이 정도 수준으로까지 나빠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새 정부가 대규모 경기부양을 준비하고 있어 2009년 한해 성장률은 -2~3% 정도로 예상합니다. 올 4ㆍ4분기쯤 되면 마이너스 성장을 간신히 면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은 앞으로 수년 동안 성장률이 매우 낮을 것입니다. 빠른 회복을 의미하는 ‘V’자형 경기 곡선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일각에서는 최악의 경기침체 시나리오인 디플레이션(deflation) 또는 공황을 의미하는 디프레션(depression)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하는데요. ▦FRB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도록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입니다. 다만 새 정부가 경기부양에 나선다고 해도 디플레이션 확률은 15% 정도 된다고 봅니다. 공황(디프레션)에 대한 정의는 학자마다 견해가 다른데 저는 적어도 경제성장률이 -10%로 추락하고 실업률도 14~15% 정도 돼야 한다고 봅니다. 미국은 올해 실업률이 10%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합니다. 이 정도로는 디프레션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경기 방어를 위해 필요한 경기부양책 규모는 어느 정도인지요. ▦앞으로 2년간 GDP의 7% 수준인 1조달러는 돼야 합니다. 앞으로 소비는 더욱 얼어붙을 것이며 기업은 투자할 엄두를 내지 못할 것입니다. 글로벌 리세션으로 수출 역시 추락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대책으로도 경기침체를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1조달러 역시 충분하지는 않지만 추가적인 침체를 막는 데는 완충 역할을 할 것입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은 없습니다. -경기부양책의 규모 못지않게 어디에다 쓸 것인지도 중요한데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을 평가하신다면요. ▦재정 집행을 확대하자는 데 찬성합니다. 그러나 대선 공약인 부유층 등에 대한 증세는 곤란합니다. 지금은 세금을 인상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괄적으로 감세하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죠. 감세 혜택은 저소득층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입니다. 파산위기에 처한 주정부 등에 대한 지원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로금리와 양적 완화(quantitative easing)를 선택한 FRB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요. ▦FRB는 정책 목표를 좀 더 분명해 해야 합니다. FRB는 ‘가격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습니다만 이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선이 어느 수준인지를 밝혀야 하고 인플레이션을 용인하고 디플레이션 방어에 주력하겠다는 명시적 선언이 뒤따라야 합니다. 지금까지 인플레이션 억제 목표선은 2%대였지만 지금 상황은 (경기부양에 전력 투구하기 위해) 물가상승률 3~4%는 용인해야 합니다. 올해 물가는 분명히 더 떨어질 것이고 오는 2010년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만약 FRB가 공격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습니다. 벤 버냉키 의장은 이점을 명심하고 있지만 그의 동료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버냉키 의장은 동료와도 싸워야 할 것입니다. -제로 금리 기조가 오래갈까요. ▦적어도 올해 내내 제로 금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물가상승률이 3~4%가 될 때까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입니다. 이 정도의 물가상승률은 2010년까지도 나타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책 판단의 실수가 아니라면 FRB는 올해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입니다. -2000년대 초 FRB의 저금리 정책이 현재의 금융위기를 부른 원인 중 하나였다는데. ▦지금은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하고 신용을 보강해야 할 비상상황입니다. 흡사 전시상황과도 같습니다. 금융위기를 초래한 부채 문제는 매우 복잡해서 단순히 자본증액 등 구조조정으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이 아닙니다. 물가가 오르면 오를수록 부채의 실제 가치는 줄게 되고 주택 가격은 실제 가격에 가깝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오히려 유익한 현상이라고 봅니다. -신용위기가 상당히 오래간다는 이야기로 들리는데요. ▦글로벌 신용위기는 백년 만에 나타난 문제입니다. 신용위기는 해소되기 전에 더 악화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주정부ㆍ시정부의 디폴트(채무불이행)가 예상되고 기업 파산도 본격화할 것입니다.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은 국가 디폴트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2010년까지는 신용위기의 끝을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올해는 전세계적으로 디폴트가 세계 경제를 위협하는 키워드가 될 것으로 봅니다. 상업용 모기지를 비롯한 수많은 종류의 디폴트가 미국 경제를 위협할 것입니다. -미국의 디플레이션 전쟁이 달러 가치 하락을 가속화할 것 같은데요. ▦ 2010년까지 떨어질 것으로 봅니다. 달러의 위기는 앞으로 더욱 악화될 것입니다. FRB는 달러를 찍어낼 것이고 재정 적자는 엄청나게 늘어날 것입니다. 달러는 과대평가돼 있습니다.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하는 것이 통화입니다. 유럽도 신용위기로 타격을 입었으나 미국 금융시스템보다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위기의 강도는 미국에 비할 데가 못 됩니다. 또 경기침체의 강도 역시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달러ㆍ유로 환율은 유로당 1.7달러까지 갈 수 있다고 예상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이 어렵다는 전망이 적지 않은데요. ▦FTA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보고 매우 놀랐습니다. 지나치게 노조를 의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어떻게 선택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입니다. 존 F 케네디는 선거 기간 중 강력한 보호무역주의자를 자임했지만 실제 대통령에 취임한 뒤 자유무역을 옹호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이 JKF와 같이 해주기를 바랄 뿐이지만 솔직히 지금으로서는 상당히 걱정스럽습니다. -한국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인데 조언을 한다면. ▦글로벌 리세션 상황에서 한국에만 특효약이 될 수 있는 정책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게다가 묘수가 있다고 해도 매우 위험성이 높을 것입니다. 따라서 G20에서 합의한 경기 처방(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권유하고 싶습니다. 한국과 같이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다른 나라와 동떨어진 자기만의 ‘독특한’ 경기대책은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어떤 나라건 세금 감면은 지금 상황에서 매우 유효한 조치라고 봅니다. 재정지출 확대는 어디에다 초점을 두는 것인가가 중요한데 솔직히 한국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기 때문에 꼬집어 이야기하지는 못하겠습니다. ●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는 누구?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국제 금융전문가. 아시아 외환위기 때 IMF의 가혹한 긴축정책을 비판한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를 '허풍쟁이'라고 공개 반박하는 등 논쟁을 벌인 일화로 유명하다. 특차로 예일대에 입학했으며 체스 대가이다. 존 매케인 미 공화당 대선 후보의 경제정책 자문을 맡기도 했다. ▦1953년 뉴욕주 로체스터 ▦1975년 예일대 경제학과 ▦1980년 MIT 경제학박사 ▦1989~1991년 UC버클리 경제학 교수 ▦1992~1994년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 ▦2001~2003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2003년~현재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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