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투자은행(IB)시장은 대기업 구조조정 물량과 기업지배구조 변화에 따른 주식거래, 재무구조 개선 등 다양한 자금조달 활동이 예상됨에 따라 지난해보다 커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천기(사진) 크레디트스위스 한국대표는 1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IB시장에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국내 자본시장에서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지난해 삼성그룹이 비주력 사업을 한화그룹에 넘기기로 결정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도 다양한 기업들이 주력 비즈니스 구조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동부·STX 등 대기업집단의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어 이 과정에서 IB들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크레디트스위스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의 일환으로 진행된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인수자문을 맡아 성공적으로 딜을 마무리하는 등 IB시장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올해도 시장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오랫동안 정부의 주도하에 진행돼 왔던 우리금융지주 계열사 민영화 딜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그간 외환은행·하이닉스 매각 건과 같이 시장의 이목을 끌거나 복잡한 딜을 자문한 경험이 많은데 올해도 변함없이 자본시장에서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글로벌 경쟁력을 가진 국내 기업을 해외 투자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가들을 잇는 교량 역할을 해 외국계 IB로서의 소명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 증권업계가 대형화와 전문화로 양분될 가능성이 높고 증권사 사업부문에서는 자산관리(WM) 사업의 전망이 가장 밝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현재 증권사들이 모두 비슷한 수익원을 가진 구조임을 감안할 때 대형사 위주로 재편이 불가피해 보이고 중소형 증권사들은 특화된 서비스로 독자적인 수익창출 모델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고령화와 저금리 환경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 WM 시장의 전망이 가장 밝다"며 "중장기적으로 거래 모델이 아닌 자산 모델을 기반으로 고객의 수익을 창출해줄 수 있는 프라이빗 뱅킹(PB)사업을 구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증권사나 은행의 경우 영업직원들이 주식거래나 상품 판매를 해야 성과가 인정되기 때문에 불필요한 거래를 유도하거나 마진이 높은 상품만 판매하려는 유인이 커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 고객 자산을 관리해주는 방식의 영업 모델을 고민한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 대해 조심스러운 낙관론을 내비쳤다. 그는 "한국 주식시장은 아시아 내에서도 엔저와 중국의 후강퉁 여파로 다소 소외돼 왔고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 시장에 대한 관심은 크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다만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이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고 정부의 배당 증가 노력, 지배구조 개선, 중국 관광객 증가와 같은 긍정적 요인들을 종합해 볼 때 조심스럽지만 올해 주식시장을 낙관적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시장은 크레디트스위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자 순익 기여도가 높은 시장"이라며 "고객중심 비즈니스 전략과 철학으로 국내 고객들에게 글로벌 네트워크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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