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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천국을 만들자/2부] 4. 조사받다 날샌다

'세무'서 '소방'까지 "조사 1달에 1번꼴""국세청장이든 재경부장관이든 결투해 분을 풀고 싶은 심정이다". 지난해 11월 골프가방을 만드는 ㈜재이손의 이영재 사장은 '기업을 괴롭히지 말라'는 제목의 신문광고를 통해 이같이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광고문에서 "10년간 세무보고서를 정직하게 제출했는데 5억9,000만원이란 엄청난 세금을 추징한 이유가 뭐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국세청은 이에대해 "자본 해외유출 조사중 재이손의 회계장부에 문제가 있어 세금을 고지했다"고 해명했다. 당시 이 광고는 94년부터 5차례나 신문광고로 정부를 비난한 이 사장의 '소영웅주의'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많은 기업인들 사이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제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를 떠나 지난 1년동안 이 회사가 국세청의 조사와 소송으로 허비한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다는 점이다. 이 회사는 현재 추징금 5억9,000만원중 5억원에 대해서는 '기한경과'로 과세가 유보되고 9,000만원에 대해서는 행정소송을 진행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금을 대부분 면제받았으나 그동안의 피해는 어디에서 보상을 받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조사과정에서의 강압도 문제다. SK와 LG칼텍스정유등 정유회사들이 공동설립한 오일체인㈜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직원들이 사전통보없이 사무실을 수색하고 자료를 압수하며 개인수첩까지 가져간 것은 직권남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위측은 "적법절차에 따라 자료수거전에 양해를 구했고 조사가 끝난뒤 돌려줬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기업이 받는 느낌은 사뭇 다르다. 이밖에 소방ㆍ환경ㆍ안전 조사등 매년 정례적으로 실시되는 조사도 경영의 장애물이 되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세무조사등 필수적인 사안을 제외한 각 기관의 정례검사도 기업당 최소 10개가 넘어 경영활동에 애로가 많다"고 말했다. 각종 조사와 감사가 이처럼 많다보니 담당부서의 임직원들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조사를 받는 기업들은 회계ㆍ자금ㆍ마케팅등 핵심부서에서 사전준비와 뒤처리를 도맡아야 해 경영활동에 지장이 크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S사의 한 관계자는 "조사가 시작되면 2개월가량은 경영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며 "올들어 국세청과 공정위에 대한 이의신청이 왜 크게 늘고 있는지를 정부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사들이 최근 부쩍 늘고있다는 것도 문제다. 4대그룹들은 현 정부들어 공정위의 부당내부거래 조사만 4번이나 받았다. 세무조사와 정례조사는 말할 것도 없다. 이렇다보니 일부 기업들은 아예 조사준비팀을 운영하는등 쓰지않아도 될 인력과 경비를 낭비하고 있다. 장성현 한ㆍ스위스 비즈니스위원장은 "주변기업중 세무조사를 집중적으로 받아 경영이 마비되다시피한 회사가 있다"며 "기업을 죽이는 조사가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지난 99년 엄청난 액수를 추징당한 D사의 한 관계자는 "실제 납부액은 추징액수보다 상당히 줄었다"며 "당시 조사가 외신에 보도되며 해외에서 좋지않은 이미지가 쌓여 애를 먹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조사가 이처럼 많은 것에 대해 "국세청ㆍ공정위ㆍ금감위등이 '기업은 믿지 못할 상대'로 여기며 단죄하려 들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B사의 한 임원은 "조사를 받아보면 조사요원들이 성과에 집착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털어놨다. 엄기웅 대한상의 상무는 "기업들의 회계나 경영관행과 당국의 행정 추진방식에는 괴리가 있기 마련"이라며 "자칫하면 조사가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기관에 대한 감사도 기업의 자금조달에 악영향을 줘 기업경영에 큰 애로가 되고 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한빛은행의 경우 ▲ 금감원 정기검사ㆍ특별검사ㆍMOU(양해각서)이행 점검 ▲ 예금보험공사의 MOU 이행 점검 ▲감사원 감사 ▲재경부 업무점검 ▲ 공정위 담합조사 ▲ 한국은행 공동검사등 7곳 이상의 감사를 받고있다. 따라서 조사를 다 받게되면 연중 300일은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기관에 대한 과도한 조사가 기업금융 위축으로 이어져 기업의 자금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정부의 눈치나 살피며 주눅이 들어있다면 경제회생이 요원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기관의 조사가 경제정의 실현과 함께 기업활동을 위축시키지 않는 방향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만우 고려대교수는 "정부가 예측가능한 조사대상 선정과 기법을 개발해 기업부담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취재팀 이현우 산업부장(팀장), 정문재.고진갑.권구찬.최형욱.정승량.조충제.고광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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