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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등의 불 WTO농업협상
입력2002-11-03 00:00:00
수정
2002.11.03 00:00:00
최근 들어 통상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나 언론은 한국과 칠레간의 자유무역협정 타결에 대해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물론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이 국회 비준을 거쳐 발효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지만 가장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역시 농산물 분야다. 그러나 이번 한ㆍ칠레 자유무역협정의 경우 쌀ㆍ사과와 배가 관세면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쇠고기ㆍ감귤 등은 쿼터량이 정해지는 등 우리의 농업 현실이 어느 정도 반영됐다. 따라서 단기간에 우리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하지만 우리가 농업문제에 있어서 간과하고 있는 더욱 중요한 문제가 있다. 그것은 바로 현재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진행 중인 농업 협상이다. WTO체제 출범 당시부터 농업에 대해서는 새로운 협상을 하기로 이미 합의를 봤기 때문에 이에 대한 협상이 지난 2000년도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11월 카타르의 수도 도하에서 열렸던 제4차 WTO각료회의에서는 농업 분야에 있어서의 시장접근의 실질적 개선, 수출보조의 단계적 폐지를 목표로 한 감축, 국내보조의 실질적 감축 등 3대 협상목표를 정했다. 또한 내년 3월 말까지는 어떠한 방식으로 관세를 인하하고 보조금을 감축할 것인가에 대한 협상방식을 결정하고 내년 9월에 멕시코의 칸쿤에서 개최될 제5차 각료회담 이전까지는 이러한 협상방식에 따른 자기나라의 시장개방안과 보조금 감축안을 제시하도록 결정했다. 아직 구체적인 협상방식이 결정되지는 않았으나 미국은 농산물에 있어서의 최고 관세율을 25%로 정하고 이에 기초한 관세인하를 추진하자는 파격적인 제안을 제출해놓고 있는 상황이다. 또한 수출보조금은 완전히 없애고 국내보조금도 이행 첫해에 기존의 무역 왜곡적 국내보조금을 50% 감축하고 최종적으로는 이의 완전철폐를 추진하자는 극단적인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런 농산물 수출국의 주장에 대해 우리나라와 일본ㆍ유럽연합(EU)ㆍ스위스 등은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농업 분야에 대한 보호는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협상에서 상당수준의 관세의 인하와 보조금이 감축이 추진될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현재 우리 정부에서는 협상에 대해 많은 준비를 하고 이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의 협상팀이 아무리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우리에게만 유리하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내대책을 마련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WTO에서 행해지고 있는 농업협상이 우리 경제 전체에 이익이 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70% 이상이며 수출입 규모로 2001년 기준 세계 13위의 무역대국이다. 이러한 우리의 국제무역상의 지위를 고려하더라도 우리는 WTO 체제에 적극 가담하지 않고는 우리의 발전을 지속해나갈 수 없다. 한국농업은 2001년도 기준 전체 GDP의 3.7%, 인구의 8.3%, 총수출의 0.8%, 총수입의 3.8%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비중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또한 농가구성에 있어서도 2001년 현재 60세 이상 노령가구는 55.4%로 급속히 증가한 반면 50세 미만 경영주 농가호수는 21.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러한 우리의 농업상황에 비춰 볼 때 WTO의 새로운 농업협상에 따른 농산물 시장개방과 보조금의 감축은 우리 농업에 더 큰 부담을 주게 될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WTO 협상은 우리 농업에 활기를 불어넣고 살만한 농촌을 만들 수 있는 최선의 또한 최후의 기회일 수 있다. 농업 분야의 어려움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고 이에 대한 지원을 추진할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농업의 장래를 결정하게 될 WTO의 농업협상과 그에 대한 국내 대책의 마련에 온 국민의 관심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송유철<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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