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 ‘효심’ 울린 티켓다방

“티켓다방에 속지만 않았어도 아버지를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지난해 4월 고교 1학년이던 A(17)양은 학교를 그만두었다. 간암과 투병중이던 아버지의 치료비를 벌기 위해서였다. `열심히 일만 하면 아버지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식당 일을 시작했다.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자신보다 2년 먼저 학교를 그만둔 언니(19)도 함께 일을 거들었다. 하지만 식당 일로 버는 수입으로는 아버지의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그때 순진한 자매의 시선에 `월 150만원 보장` 광고물이 들어왔다.

A양 자매가 찾아간 곳은 경기 안산시의 Y다방. 그러나 모든 꿈과 희망은 여기서 어긋나기 시작했다. 차 배달만 시키던 다방 업주가 윤락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조금 지각이라도 하면 한번에 3~5만원씩 벌금을 물어야 했다. 몸이 아파 결근하면 30만원의 벌금을 냈다. 벌금을 낼 수 없으니 빚만 쌓였다.

업주들은 옷값 등으로 선불을 준 뒤 차용증을 쓰게 하는 등 교묘한 수법으로 빚을 불려갔다. A양 자매의 빚은 단번에 300만원이 됐다. 다방 업주는 “빚을 갚으라”며 월급도 주지 않은 채 A양 자매를 경북 구미시의 다방에 팔아넘겼다.

이후 지난 6월까지 이들이 팔려다닌 다방만 모두 8군데. 빚은 1,600여 만원으로 늘어났고, 업주들에게 뜯긴 월급과 화대만 6,400여 만원에 달했다.

A양 자매가 아버지 치료비로 송금할 수 있었던 돈은 매월 가불로 받은 30여 만원. 견디다 못한 A양 자매는 업주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가까스로 탈출했으나 아버지는 이미 20여일 전에 숨진 뒤였다.

A양 자매는 경찰 조사에서 “윤락을 강요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보복이 두려워 탈출할 엄두도 못 냈다”고 울먹였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8일 서모(27)씨 등 다방업주 5명에 대해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A양 자매들과 성관계를 가진 4명 등 7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고성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