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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시프트] 반사회적 의사결정 막을 내부 제동장치 만들어야

착한 기업·선한 경영으로 가려면…<br>공익제품 개발에 동기 부여 병행<br>하나銀, 우량中企 발굴땐 가산점<br>월마트, 환경단체 경영 참여권 등 상생경영 모델 벤치마킹 해볼 만


자본가가 사회와 상생 공존하는 착한 기업을 일구려면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경영체질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다. 아무리 대주주나 경영인이 임직원들에게 사회적 기여도가 높은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라고 독려해도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동기부여 장치가 회사 내에 없다면 공허한 외침으로 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하나은행의 독특한 영업성과 평가 지침을 참조해볼 만하다. 이 은행은 임직원이 우량 중소기업을 발굴해 대출해주면 영업 실적평가 시 가산점을 주는 인사고과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아울러 우량 중소기업이 나중에 연체를 하거나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더라도 해당 대출을 담당한 임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는 원칙도 채택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대출액수의 절대적 규모만을 기준으로 실적평가를 하는 여느 은행과 차별화된다. 하나은행이 이 같은 제도를 도입한 것은 단순히 대출액수만으로 영업성적을 매기면 임직원들이 중소기업을 상대적으로 꺼리고 대기업과 같은 '큰손' 관리에만 매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 시중은행 임원은 "솔직히 지점장이나 대출담당 행원 입장에서야 자잘한 중소기업 대출을 여러 건 하는 것보다 큰 기업 고객을 잡는 것이 품도 덜 들고 대출부실에 따른 징계위험도 적으며 금액실적도 더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은행이 영업실적 평가 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가산점이 주어지지 않으면 경영진이 아무리 독려해도 영업직원들이 중소기업 대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풍토에서는 은행 경영진이 하나은행처럼 착한 영업 지침ㆍ인사 기준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금융감독당국도 자꾸 은행의 초대형화(메가뱅크)를 주문하며 규모의 경쟁력 확보를 주문하는 상황이어서 은행 경영진으로서는 상대적으로 영업노력에 비해 자산증가 기여도가 더디고 부실화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 대출이나 서민대출을 늘릴 이유가 없는 탓이다. 착한 자본이 되기 위한 또 다른 보완수단은 경영에 대한 내부 제동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세계적인 소매업체인 월마트가 과거 환경시민단체를 경영에 참여시켜 의사결정에 대한 '거부권'을 준 사례는 벤치마킹할 만하다. 어선들이 유자망을 이용해 참치 등을 무분별하게 잡는 과정에서 돌고래가 살육 당하고 해양자원이 고갈된다는 사회적 비판이 들끓자 월마트는 자사의 수산식품사업 의사결정 과정에 어족보존단체인 해양관리협의회(MSC)를 참여시켰다. 만약 자사가 유통시키는 제품이 해양보호라는 공익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면 MSC 등이 이를 저지할 수 있도록 권한을 준 것이다.

월마트의 사례는 전세계적으로 매우 보기 드문 것이고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그렇다. 가끔 일부 기업들이 소비자들을 제품개발 과정에 참여시키기는 하지만 이는 주로 제품의 기능적 편의성, 디자인 측면에 대한 의견 개진일 뿐이다. 기업이 반사회적 영업을 저지할 수 있는 경영판단의 권한을 시민사회에 주거나 내부 경영평가 지표에 사회공헌 지표를 추가한다는 것은 모험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한때 생소했던 사외이사제도가 어느덧 익숙한 경영체제로 자리잡은 것처럼 머지 않은 장래에 이 같은 착한 경영체질 변화는 우리 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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