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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재벌과 죄벌

禹源河 증권부차장재벌은 두얼굴이다. 어떤사람이 재벌급 회사에 취직하면 중소기업에 취직할때 보다 훨씬 많은 축하를 받는다. 총각일 경우 신랑감으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은 자기 능력과 상관없이 웬지 기가 죽게 마련이다. 우리가 사 쓰는 여러가지 물건도 재벌사가 만든 것이면 다소 비싸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서비스 수준이 천차만별인 골프장도 순위가 앞선 재벌이 운영하는 곳일수록 종업원의 응대태도를 비롯, 질적 수준이 높다는 것이 골퍼들의 평가다. 이처럼 선망과 사랑을 받는 재벌은 직장으로서의, 상품이나 서비스 공급자로서의 재벌이다. 재벌기업 그 자체 또는 재벌총수 문제에 이르면 상황은 돌변한다. 특히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신세를 진 이후 재벌은 죄벌로 전락했다. 터무니 없는 부채 경영을 통해 경쟁력도 없는 분야까지 중복과잉투자를 저질러 나라의 환란을 초래한 장본인으로서 재벌이 도마에 오른다. 그 과정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기업내 황제인 재벌총수들의 큼직한 역할은 빼놓을 수 없다. 주식회사는 원래 주주가 선임한 경영자들이 주주의 이익, 즉 회사의 수익을 높이기 위해 일하는 조직이다. 하지만 우리의 회장님들은 개인취미를 살려서 수조원을 쏟아부으며 신규업종에 진출하기도 했고, 총수들끼리의 경쟁심에서 유발된 모방투자, 확장투자를 일삼았다. 다른 주주들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총수들이 수익보다 권력을 지향한 탓이다. 그들이 지향하는 경제적 권력은 정치권력과는 차이가 있다. 그들이 즐기는 것은 투자과정에서 쓰는 돈과 팽창하는 외형에 필요한 사람을 동원하고 부리는 힘이다. 총수들은 대개 여기에 중독되어 있다. 1세건 2세건 다 똑같다. 총수들이 이렇게 기업의 수익을 좇기보다 기업경영 과정에서 나오는 권력에 맛을 들인 것이 죄벌의 씨앗이다. 지금 5대 재벌은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새로운 기업경영을 약속, 한국 재벌의 재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재벌개혁의 본질은 총수들이 권력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사실상 우리의 재벌 총수들, 특히 창업세대들은 능력이 출중한 분들이다. 2차세계대전이후 세계 최빈국에서 선진국 문턱을 두드린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그러한 전진의 선봉에 재벌총수가 있었다. 하지만 과거공적이 미래를 보장할 수는 없다. 온 국민에게 많은 고통을 주고있는 IMF체제에서 한시바삐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제 총수들은 권력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가 5대그룹 구조조정을 주시하고 있고 활황 증시때문에 명퇴자들과 중산층들이 오랜만에 웃고 있다. 과거 수없이 보아온 면피용 공약으로 정부와 금융권의 구조조정 공세를 피하기 보다는 자기분야에서 진정 21세기 최고기업을 가꾸기 위한 출사표를 던져야 한다. 총수를 에워싼 기업내 민간 엘리트들의 역할이 새삼 기대되는 대목이다. 두얼굴의 재벌이 하나를 택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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